참으로 슬픈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참으로 슬픈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 권일한
  • 승인 2017.11.0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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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감옥에 갇힌 호남 의병장들
대구감옥에 갇힌 호남 의병장들 : 신기수 역, 한일병합사 1875-1945, 눈빛출판

 

딸의 한국사 숙제를 도와주려다 사진을 보았다. 이젠 눈에 익어버린, 대구감옥에 갇힌 호남 의병장들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뒷줄, 황장일, 김원국, 양진여, 심남일, 조규, 안규홍, 김병철, 강사문, 박사화, 나성화 그리고 앞줄, 송병운, 오성술, 이강산, 모천년, 강우경, 이영준 의병장이다.

"모두 돌아가셨구나! 자식들도 고통 속에 살았겠지!"

토마스 하디로부터 시작되어 평양에 이른 1907년 부흥. 위클리프, 틴데일, 얀 후스에서 시작되어 루터에 이른 종교개혁. 2007, 떠들썩하게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을 했고, 2017, 떠들썩하게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건만 형식을 앞세운 종교인들에게 무엇이 있던가! 넒은 길에서 박수 받기를 즐기는 목사들과 같은 넓은 길에 서서 박수치는 신자들!!

의병장들 마음에 무엇이 있었을까? 무엇이, 목숨을 내걸고 가족을 포기하고 싸우게 했을까? 가난과 고통에 허덕이던 이웃을 차마 볼 수 없어 그랬겠지.

이웃을 위해 싸운 마음을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다면, 가난하고 연약한 자를 사랑하신 예수님 마음을 안다면, 자식에게 예배당 물려주고, 우쭐대며 목소리 높이고 돈을 내세워 하나님 일을 하지 않을 텐데. 한구석에서 신음하는 이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텐데. 참으로 슬픈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사진에 있는 의병장들에게 고맙다. 사진에 없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스러진 분들에게 고맙다. 산골 마을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이분들이 주신 은혜를 전해주어야겠다. 루터가, 토마스 하디가 전해주려 했던 하나님의 마음을 말씀에 굶주린 형제, 자매에게 전하며 살아야겠다. 의병장, 토마스 하디, 루터의 발꿈치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7:13-14)"

 

글쓴이 권일한 선생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강원도 시골 아이들과 책 읽고 글 쓰며 행복하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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