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교회를 걱정하지 말라
교회여, 교회를 걱정하지 말라
  • 박영호
  • 승인 2018.01.3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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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글쓴이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에 올려진 것으로,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여기에 올립니다. - 편집자 주

교회의 마음이 교회에 대한 염려로 가득차 있다면, 그 교회는 타락한 교회입니다. 교회는 세상을 먼저 염려해야 합니다.

사회에 거듭 물의를 일으켜 온 한 검사의 세례 간증 영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제 막 신앙을 가진 애송이 신자의 "간증"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이용하려는 그 교회의 마케팅 마인드가 큰 문제입니다. 그 교회는 시대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문화적 감각으로 대형교회로 성장했습니다. 그 사이에 복음과 문화의 균형을 잃어 버렸고, 마케팅적 목회에 중독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일로 교회가 또 한 번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것이 이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반응의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검사라 하면 나름의 지위와 자기방어, 부정의와 불법에 대한 예민함을 가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런 검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치욕을 감당해야 했다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힘 없는 여성 직장인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엄중한 문제 앞에서도 우리의 시각은 고작 "교회의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그랬습니다 . 청소년들이 입시의 부담에 탄식하고 자살해도, 교회 고등부 인원이 줄어드는 것만 걱정했습니다. 청년들이 알바와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기 힘들다 외처도, 고작 청년부 집회에 대한 헌신이 예전같지 않다고 불평했습니다.

이번 세례 간증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의 체면이 말할 수 없이 손상되어,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깊은 회개는 우리 딸들의 삶이 이렇게 망가지고, 사회 곳곳에서 권력이 약자들의 삶을 누르고 있는데도, 우리가 둔감했던 것에 있어야 합니다. 힘없는 이들의 아픔에 예수님과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죄악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세례 교육을 강화하고, 윤리 교육을 철저히 시켜서 교회 이미지 손상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게 필요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시급한 일도 본질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시대의 아픔에 민감하고, 적어도 세상 사람들보다 더 아파하고, 기도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의 성도들이 더 예민한 평등 의식과 약자에 대한 존중을 갖도록 힘써햐 합니다. 교회 안에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근대사에서 여성의 권익신장의 요람이 되었던 한국교회는 어느새 가장 성차별적인 집단이 되었습니다. 온 국민이 손가락질하는 정당들도 여성 할당제, 30% 정도는 하는데, 교단 총회들에 여성 대표가 얼마나 있습니까? 교회 안에서 일어난 성희롱, 성추행을 교회는 어떤 기준으로 처리했습니까?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윗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던 침묵하는 무기력한 신자만 양산하지 말고, 명백한 불의에 대해서 당당하게 항거할 줄 아는 진정한 "프로테스탄트"를 기를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에 대한 염려는 줄입시다. 그 에너지로 세상을 살펴보고, 그 신음을 듣고 염려 합시다. 하나님께서 왜 이 세상에 교회를 세우셨는지 고민합시다. 그것이 교회가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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