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행해지는 설교에서 표절은?
말로 행해지는 설교에서 표절은?
  • 이택환
  • 승인 2018.01.3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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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교회와 일상에서 설교가 넘친다.
온라인과 교회와 일상에서 설교가 넘친다.

설교표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설교 준비 시, 일체 주석이나 다른 책을 참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경만 보고 하나님 주시는 깨달음으로 설교를 작성하므로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표절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0% 이상한 설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조각목’(아카시아나무의 일종)을 조각난 나무라고 생각하여, "하나님은 거룩한 법궤를 만드실 때, 화려한 백향목이 아닌 조각나 쓸모없는 나무들을 모아서 만드셨다. 하나님은 이 시대에 잘난 사람들이 아닌, 가장 쓸모없는 사람들을 모아 가장 귀하게 쓰시는 분이시다"는 식으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가공의 은혜를 연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생각만으로 설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설교는 약간의 자신의 생각 플러스 대부분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직접 간접으로 가져온 것으로 구성됩니다. 좋은 설교는 이러한 조합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여 설교의 목적인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잘 선포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설교 시 매번 이 내용은 어디서 인용했고, 이것은 누구의 주석에 나오고, 이 글은 인터넷 무슨 블로그에 나오고 하는 식으로 출처를 밝히는 것은 설교의 흐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큽니다(어떤 청중은 설교 때마다 책 많이 읽은 것 자랑하는 거냐고 기분나빠할 수도), 구두 설교와 달리 책으로 된 설교집이라면 각주처리를 통해 문맥을 이어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설교의 표절은 이보다 남의 설교를 가져와 자신의 설교인양 설교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설교 전체를 가져오느냐, 일부를 가져오느냐, 한 두 문장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설교의 표절 문제는 일반 논문이나 저서의 표절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기도의 표절>은 어떨까요?  많은 교회에서 주일예배 대표기도 시간에 다른 사람의 기도를 가져와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기도로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이 기도는 어릴 적 우리교회 아무개 장로님의 기도를 인용한 것입니다.” 혹은 무슨 책 몇 페이지에 나온 칼 바르트기도를 인용해서 기도합니다.” 또는 어젯밤 jtbc 8시뉴스 보도에 의하면 밀양 무슨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몇 명이....했다고 합니다. 그들을 위로하여 주시옵소서이렇게 기도해야 할까요?

말로 행해지는 작업의 표절은 글이나 책자 형태로 전달되는 작업과 성격이 다른 면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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