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가서 저 여우 (헤롯)에게 말하라
너희는 가서 저 여우 (헤롯)에게 말하라
  • 김동문
  • 승인 2018.01.28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야에서 읽는 성경 1 – 성경 속 동물 여우

(유대광야=데일리투게더) 김동문 = ‘광야하면 허허벌판이나 황무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광야는 다양한 기준에 의해 규정된다. 성 밖의 공간을 지칭하며, 기득권 밖의 공간이며, 일상에서 밀려난 이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 산도 나무도 들판도 골짜기도 시내와 샘도 존재한다. 야생 생태계도 존재하며, 공동체에서 밀려난 이들의 힘겨운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말의 야인, 재야인사 등에 등장하는 이 광야의 또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들사람, 광야에서 외치는 자 등의 의미도 새롭게 읽을 필요가 있다. 또한 민초 같은 개념을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도성 밖 존재들인 것이다.

그 광야로 나선다. 오늘 이야기 속의 광야는 유대 광야이다. 광야도 유대광야, 남방, 에돔 광야, 모압 광야, 시내 광야, 술 광야처럼 구분되고, 같은 광야에서도 지역에 따라 때와 시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특정 광야의 특정 공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성경 속 광야를 일반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예루살렘 가까운 유대 광야, 그곳에서 온갖 식물들과 동물들을 마주한다. 그 첫 번째로 광야에 사는 여우를 만난다. 광야에 자리한 굴에 거주하는 여우를 만났다. 그리고 산길을 오고가는 여우를 따라 잡았다. 여러 마리가 같이 사는 풍경도 눈에 들어 왔다.

성경에서 여우를 언급하고 있는 구절은 의외로 많지 않다. 구약에서 5, 신약에서 3번 등 모두 8번이다.

여우는 광야, 황무지, 들판에 사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곳곳에서 야행 여우를 발견할 수 있다. 여우는 숲이 우거진 숲속이 아닌 광야, 들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암몬 사람 도비야는 곁에 있다가 이르되, “그들이 건축하는 돌 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곧 무너지리라하더라. (느헤미야 4:3)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아가 2:15)

시온 산이 황폐하여 여우가 그 안에서 노나이다. (예레미야애가 5:18)

이스라엘아 너의 선지자들은 황무지에 있는 여우 같으니라. (에스겔 13:4)

 

여우의 속성을 바탕으로 예수님은 헤롯왕을 여우로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두려움 가운데 눈치를 보는 헤롯의 정체성을 여유에 빗댄 것이다. 화려한 헤롯 궁을 여우 굴도 묘사하기조차 하였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하시더라. (마태복음 8:20)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하시고 (누가복음 9:58)

이르시되, “너희는 가서 저 여우에게 이르되,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고치다가 제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하라.” (누가복음 13:32)

 

그런데 삼손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래 장면은 독특하다. 집단 거주를 하지 않는 여우의 속성을 고려하면 아래의 이야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 삼손의 행위로 이해하여야 한다. 여우가 블레셋 지역에 그렇게 많았거나 여우가 블레셋의 어떤 신적인 존재와 상관성 있는 존재였는지도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삼손이 가서 여우 삼백 마리를 붙들어서 그 꼬리와 꼬리를 매고 홰를 가지고 그 두 꼬리 사이에 한 홰를 달고 (사사기 15:4)

우리나라 전재동화에 나오는 사람을 홀리는 여우, 구미호 같은 이미지는 중근동에서 익숙하지 않다. 민첩함 보다는 겁쟁이 등으로 인식되는 성경 속 동물이 여우인 것 같다, 같은 종류의 동물일지라도 성경 속 동물들은 그 지역과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