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목사님, 부디 결정 되돌이켜주기를
최진수 목사님, 부디 결정 되돌이켜주기를
  • 이지형
  • 승인 2018.01.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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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교회 부자세습 CBS 보도 화면 갈무리 CBS
해오름교회 부자세습 CBS 보도 화면 갈무리 CBS

지인을 비판하는 일은 스스로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과 같다. 즐거운 일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도 아니다. 더불어 앞으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기에 어색하다. 끝까지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고 함께 해주고 싶은 것이 지인들을 향한 내 맘이지만 도저히 양심을 속일 수는 없다. 참으로 통탄스럽다.

해오름 교회 (예장대신)가 지인인 최진수 목사를 담임목사로 받기로 허락했다. 아버지 교회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저번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아버지인 최낙중 목사와 당사자인 최진수 목사의 잘못도 있지만 성도들의 잘못도 있다. 모든 세습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왜 최진수 목사가 부족하겠는가. 내가 봐도 부족함을 찾을 수 없다. 잘 준비되었다. 그러나 아들이어서 안된다. 서러울 수도 있을 것이고 이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놈의 법이 무엇이라고 적격인 인물까지 내쳐야 하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 예수교 장로회 대신 교단은 세습방지법이 없다는 것이다. 합법이다. 세습을 윤리적으로 추천하지 않지만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합동 교단도 마찬가지이다. 더불어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승계라고 부르지 세습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역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역의 길을 걷는 것을 세습이라고 부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을까. 내 친구라면 그래 임마 가서 실껏 세습해라. 그리고 약속해라.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로!”라고 말하며 등 두드려 보낼 것이다. 여하간 그래서 세습방지 시위를 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교단이기에 끝까지 버틸 것이다. 난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사역을 잘했던 지인이 담임목사로 가는 일은 개인적으로 축하할 만한 일임에도 축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더욱 당황스럽다.

최진수 목사님, 부디 하신 결정 되 돌이켜 새 시대를 위한 지도자로 용기를 가지고 선한 결정을 하기를 바랍니다. 후배들이 보고 있어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걸어간 이 길이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될텐데 올바른 길을 함께 걸어봅시다. 길이 났다고, 다 가는 길이라고 그냥 가면 안되요. 세월이 지나면 다 잊혀질 일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나 하나 이런 일 하지 않는다고 세상과 교회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세요. 우리 한구석 밝히는 등불로 살다가 주님께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한 예수교 장로회 대신 교단은 공교회가 함께 뜻을 모으고 있는 고귀한 가치를 역행하지 말고 자신의 뜻을 스스로 굽혀 정도를 걷는 본을 보여 주시라. 그대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가치를 무슨 방법으로 세상에 전파할 것인가. 설령 그것을 전파한들 세상이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일까.

 

글쓴이 이지형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자리한 풀러신학교에서 한국어 프로그램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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