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평화적 회복의 기회
남북관계의 평화적 회복의 기회
  • 김형원
  • 승인 2018.01.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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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에 대해서
ⓒ한겨레신문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연일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여론은 70%이상이 단일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건전하게 진행된다면 우리 사회에 유익하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우려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염려된다. 이 문제가 젊은 세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에 편승하여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이 평창동계올림픽 훼방과 정부에 대한 비판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문제를 좀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아직 적폐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완전히 인정하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다시 좀비처럼 부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일팀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대회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한 것과, 그 과정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사전에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 더 중요하게는 단일팀에 북한 선수들이 들어오게 되면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국가 권력이 갑질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나는 표면에 드러난 것만 볼 때 이런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체 경기 특성상 팀워크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훈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라도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결정 과정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의 의견을 묻는다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것도 잘못한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도 관련된 사람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가 들어오면서 우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상으로나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고, 우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일팀 문제가 그렇게 반대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하려고 한다.

첫째, 올림픽은 순수한 스포츠 행사이므로 정치적인 것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올림픽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원래 고대 올림픽도 부족 간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전쟁을 잠시 멈추고 운동을 통해서 평화의 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쿠베르탕의 근대 올림픽 역시 스포츠라는 것을 통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기치를 들고 부활된 것이다. 스포츠면 스포츠지 웬 국가 간의 평화? 이런 취지 자체가 올림픽이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실제 올림픽의 역사도 정치와 무관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자신의 국가를 선전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발전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상당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러낸다. 만약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그쳐야 한다면 개막식에서 개최국을 선전하는 것도 금지해야 하고, 올림픽과 더불어 열리는 각종 문화 행사들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정치와 무관한 것이 없듯이, 올림픽 역시 정치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IOC도 올림픽이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그랬고, 지금 평창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평창으로 결정되었을 때부터 IOC위원장은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번 피력했고, 실제로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이루어졌고,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도 간간이 논의가 되었다. 그러므로 올림픽에 정치적인 것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올림픽의 역사나 IOC의 의도를 잘 모르는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

 

ⓒ중앙일보

둘째, 국가의 힘으로 개인의 권리를 짓밟는 것이므로 단일팀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오해하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 일단, 최소한 박근혜와 그의 밑에서 나라를 주물렀던 자한당의 무리들은 결코 이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지어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국가가 보증했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가들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박살내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 역시 이 점에서는 입을 닫아야 한다. 그들도 박근혜의 조치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했고, 오히려 그것을 반대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구 보수 세력들을 제외하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국가로 인한 개인의 피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개인이 누리는 자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는 무한한 것인가? 그것에 대해 국가는 전혀 개입하거나 제한할 수 없는가? 그럴 리가! 아무리 사유재산권을 주장하고, 자유 경제를 주장해도 국가의 통제를 받고, 국가에 세금을 바치고, 때로는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내가 번 돈인데 왜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하는가? 왜 어느 날 갑자기 담배에 세금을 두 배나 물리는가? 왜 내 집인데 도로를 낸다고 토지를 수용하는가? 왜 대통령 경호라는 이유로 내가 가는 길을 막는가? 나도 바빠서 빨리 가야하는데 왜 앰뷸런스에 길을 양보해주어야 하는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국가가 제한할 수 있고, 그 제한이 상황에 따라 급박할 수 있고, 내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 단일팀 문제에 적용해보자.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북한과 단일팀으로 한다는 결정은 개인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므로 결코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인가? 앞에서 올림픽이 정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고, IOC도 평창 올림픽이 결정되면서 이 대회를 남북화해와 세계평화를 위해 이용하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이 결정된 후부터 바로 남북단일팀 논의가 시작되었고 그 속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2016-17년의 급박한 국제정세로 인해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다가 작년 말부터 단일팀 논의의 물꼬가 급속하게 트여서 실제적으로 단일팀 구성이 가능하게 되었다면, 대의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약간 제한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단일팀 결정을 국가의 갑질로 비판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받은 피해의식을 정부를 향해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갑질에 대한 젊은 세대의 피해의식은 정당한 것이다. 점점 드러나고 있고 고치려고 애쓰지만,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갑질이 정상인 것처럼 횡행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유사해도 갑질로 인지하는 것은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갑질을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는 있다. 갑질은 힘이 있다고 부당하고 불법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결정은 그런 것이 아니다. 비록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쳐도 단일팀 결정이 불법이거나 부당한 권력 남용은 아니다. 절차를 좀 더 세련되고 배려 깊게 했다면 더 좋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갑질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 아니다.

 

셋째, 위의 두 번째 문제는 또 다른 이슈로 연결되는데, 그것은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권리가 어떤 종류의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제는 여러 관계자를 통해 사실이 많이 밝혀졌는데, 원래 개최국이라고 해서 아이스하키 자동출전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평창이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우리 정부와 협회는 유일한 단체 종목인 아이스하키에 한국팀을 출전시키기 위해 전방위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오직 8팀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 23위였던 우리나라 팀이 출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부활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기를 원했던 IOC는 우리나라의 노력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부활하게 된 것이다. 예선을 거쳤다면 본선에 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아이스하키 팀이 출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올림픽 출전권은 누가 획득한 것인가? 선수들이? 감독이? 아니다! 그들은 거저 얻은 것뿐이다. 그들이 노력해서 출전권을 얻은 것이 아니다. 국가가 노력한 것이고, 그들은 그 국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혜택을 얻은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스웨덴의 버스 기사와 인도의 버스 기사의 연봉 차이가 10배를 넘는다는 예를 들면서, 그들의 운전 실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봉의 격차가 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국가 국민이냐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국가의 역할과 위상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될 수 있다.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수준으로 볼 때 그 선수들 개개인이 자력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얻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실력의 결과라기보다는 국가라는 배경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평화와 남북화해라는 더 큰 대의를 위해 선수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아주 조금 양보해달라고 요구할 때 절대적으로 안 된다고 거부하는 것이 정당할까? 그런 태도는 오히려 배은망덕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올림픽 출전이 결정된 후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 것은 칭찬해야겠지만, 모든 운동선수들이 노력이 부족해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노력이 작은 양보를 하지 못하게 할만큼 고집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자신들이 그런 완고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들을 피해자인양 몰아가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넷째,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남북단일팀에 대한 반대 견해들을 보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반대가 더 높다는 것을 보면서, 혹시 이런 현상이 북한에 대한,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보수 정권 9년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나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9년 동안 보수 정권은 남북관계를 파탄시켜버렸고, 지속적인 적대정책을 통해서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여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작업을 모두 중단시켜버렸다. 그 결과 요즘은 북한을 알려는 노력이나 통일에 대한 논의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북한의 핵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에 심지어 대통령을 죽이려는 북의 폭거가 감행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도 남북 대화가 재개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지난 9년은 그야말로 모든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싹조차 뿌리 뽑아 버리는 시기였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적대정책의 결과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의 의식에서 통일에 대한 소망과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인 국가다. 휴전만 했을 뿐이지 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두 번 다시는 서로가 죽고 죽이는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립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대립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와 비용을 없애기 위해 통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북의 좋은 관계와 통일을 위한 노력은 단지 군사적인 측면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스포츠도 그런 분야의 하나다.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질 때 자연스럽게 분단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통일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까지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통일, 통일비용, 분단비용, 분단으로 인한 정치적 퇴행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적폐 정권이 싸질러 놓은 적폐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어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남북단일팀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일본 극우파를 따라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종북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대에 편승해서 분단을 고착화해서 종북몰이로 이득을 취하려는 이기적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젊은 세대가 그들의 부추김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서적으로 단일팀에 대한 논의가 못마땅할지라도 수구 분단 세력의 획책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지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이 선수들에게는 보람이 있고, 국민들에게는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서 남북관계의 평화적 회복, 더 나아가서는 국제 평화의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는 제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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