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을 불러내는가?
무엇이 사람을 불러내는가?
  • 김학철
  • 승인 2018.01.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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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히 군대에 가서 군가를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나는 군대에 있을 때 전차(탱크)병으로 한동안 있었는데 거기서 배운 군가 중 하나가 충성전투가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노래가 우리나라 사람이 작곡한 곡이 아닌 듯하여 나중에 알아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2차 대전 독일의 전차부대 군가였다. Paner Liedhttps://www.youtube.com/watch?v=p0uZYAmk_qk 물론 이 노래는 원래 어부의 노래였는데, 군가로 사용되었고 이후 나찌 친위대 노래집에 수록되어 이후에는 독일에서 잘 부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20세기 한국군에서 부르고 있다니 뭔가 엉망인 것 같았다.

친근하고 멋진 멜로디는 수많은 종류의 가사가 붙어 각 지역마다 아주 다른 노래가 된다. 가령 터키에서는 우스크 다라(Uska Dara)로 불리는 노래는 발칸 반도 전역에서 다른 가사로 불리고, 또 각자가 자기 노래라고 주장하는 노래다. 예를 어느 지역에서는 군가고, 다른 지역에서는 연애 노래다. 이 노래에 관한 다큐가 있는데 나는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다른 한 편 박사를 받고 나서 아직 목사 안수를 받기 전 섬기게 된 교회, 내가 전에 다니던 교단들과는 다른 교단이었던 그 교회는 예배가 끝나기 전에 내가 아는 찬송가나 복음성가에도 없는 한 곡을 꼭 불렀다. 그런데 그 곡조가 신민요풍인 듯도 하여 구전 곡조에 가사를 붙인 것으로만 생각했다가 우연히 매체에서 나오는 그 곡조를 듣고 검색을 거듭한 끝에 그것이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가, ‘군함행진곡인 것을 알았다. 내가 이 곡조를 장인께 들려드리자 바로 그것이 일본 군가임을 확인해 주셨다. 내가 배운 선생님에게 듣기로는 찬송가 곡에도 그 출처를 알면 차마 부르지 못한 곡들이 있다고 했지만, 일본제국주의 해군가를 교회에서 부른다니 기분이 확 상했다.

얼마 전 슬라브 여인의 작별”(Прощание славянки)이라는 러시아 군가를 들었다. 전형적인 슬라브 풍이고 귀에 쉽게 달라붙는 곡조였다. 이 곡에 대해 알아보니 역시 이 곡조에는 여러 가사가 붙어왔다. 그런데 이 곡조에 공식적으로 붙은 마지막 버전(1997) 가사에 눈이 확 갔다. 내가 전혀 러시아어를 못하니 영어로 번역https://en.wikipedia.org/wiki/Farewell_of_Slavianka된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읽다가 내 마음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물음이 튀어나왔다. 무엇이 사람을 불러내는가? 더군다나 전쟁에서 말이다. 이 곡조에 붙은 세 버전의 가사는 한 인간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것들이 나와 있다. 그러니 평소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읽고 주의를 기울여서 선동에서 멀어질 일이다.

) ‘슬라브 여인의 작별을 유투브에서 틀면 롬멜 장군의 장례식에 나온 옛친구라는 독일 군가가 나온다. 그런데 그 가사를 보면 이게 군가인가도 싶다. 조선인민군가도 함께 나온다. 이것도 듣고 싶어 클릭을 하려다가 지금이 21세기인데도 이거 혹시 큰일 나는 거 아냐?’라며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다가 과감히몇 번을 틀어 들었다. 조선인민군가의 가사는 사실 정말 별로였고 곡조는 묘했는데, 그 곡조의 시작은 한 작곡가의 작곡이라기보다는 구전 곡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했다.

 

글쓴이 김학철 교수는,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시각예술을 통해 기독교 신학을 성찰하는 '성서문예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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