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의 "Von guten Mächten"
본회퍼의 "Von guten Mächten"
  • 오강일
  • 승인 2018.01.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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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도주간(Gebetswoche)Von guten Mächten 이라는 독일어 찬양을 인도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교수형에 당하기 얼마 전 그의 약혼자 였던 마리아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이자, ‘성탄절 시였습니다.

그가 천재 신학자여서가 아니라 그가 살아낸 삶과 신앙, 어려움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희망, 사랑은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드는 느낌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게감이 있습니다.

인터넷 곳곳에서 이 곡에 대한 소개를 할 때 본회퍼가 했던 나치에 저항만 말하는 것이 뭔가 부족해 보여서, 편지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내 사랑 마리아

1944. 12. 19. Prinz-Albrecht Straße


성탄절에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이 편지를 통해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군요. 이 곳 새로운 형무소에서는 아주 적막한 날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느끼곤 했습니다. 마치 우리 영혼이 일상생활에서는 알지 못하던 신경체계를 고독 속에서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혼자라거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과 부모님, 친구들, 전선에 나가 있는 제자들 모두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모두의 기도와 사랑의 마음, 내게 보내 준 성경 말씀, 그리고 지난날에 나누었던 대화, 음악, 책 등은 내 옆에서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믿음의 눈으로 확신하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더 넓은 세계가 있는 것이지요. “둘은 나를 덮어 주고, 둘은 나를 깨워주며라는 옛 동요에 나오는 천사에 관한 노래처럼, 보이지 않는 주님의 선하신 권능의 손이 아침에나 저녁에나 우리를 지켜 주시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어른들은 옛날의 그 아이들 이상으로 선하신 권능의 보호하심을 필요로 하니까요. 내가 불행할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행복과 불행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환경에 좌우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가족, 친구들이 모두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합니다(중략)

사랑하는 마리아, 우리가 서로를 기다려 온 시간이 벌써 2년이 되었군요. 용기를 잃지 말아요! 당신이 부모님 곁에 있어서 기쁩니다. 장모님과 온 가족에게 사랑의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지난밤에 떠오른 생각을 옮겨 보았습니다. 이 시는 당신과 부모님, 형제자매들에게 보내는 나의 성탄 인사입니다.

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싸여(Von guten Mächten)

신실하신 주님의 팔에 고요히 둘러싸인
보호와 위로 놀라워라
오늘도 나는 억새처럼 함께 살며
활짝 열린 가슴으로 새로운 해 맞으렵니다.

지나간 날들 우리 마음 괴롭히며
악한 날들 무거운 짐 되어 누를지라도
주여, 간절하게 구하는 영혼에
이미 예비하신 구원을 주소서

쓰디쓴 무거운 고난의 잔
넘치도록 채워서 주실지라도
당신의 선하신 사랑의 손에서
두려움 없이 감사하며 그 잔 받으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기쁨, 눈부신 햇살 바라보는 기쁨
다시 한 번 주어진다면
지나간 날들 기억하며
나의 삶 당신께 온전히 드리렵니다.


어둠 속에서 가져오신 당신의 촛불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하시며
생명의 빛 칠흑 같은 밤에도 빛을 발하니
우리로 다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가운데 깊은 고요가 임하며
보이지 않는 주님 나라 확장되어 갈 때
모든 주님의 자녀들 목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 우렁찬 소리 듣게 하소서

주님의 강한 팔에 안겨 있는 놀라운 평화여!
낮이나 밤이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다가올 모든 날에도 변함없으시니
무슨 일 닥쳐올지라도 확신 있게 맞으렵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와 약혼녀 마리아의 편지옥중연서, 정현숙 옮김, pp. 344-347 -
 

 

글쓴이 오강일 목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우리교회에서 사역하는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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