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진의 짧은 묵상
이범진의 짧은 묵상
  • 김동문
  • 승인 2017.11.05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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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뉴스 화면 갈무리
MBN 뉴스 화면 갈무리

잘 모르면 다물고나 있을 걸… 몇 년 전, 전도사님 한 분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본 “한 장면” 때문이었는데요. 비오는 날, 전도사님 내외가 가고 있는데 뒤따라오는 사모님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등에는 아기를 업고 다른 손에는 큰아이 손을 붙잡고 힘겹게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사모님 좀 도와주지 지 혼자 가고 있냐.’ 교회 사람들 만날 때마다 저는 그 장면을 이야기하며, 그를 매몰차게 비판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상원이를 키우면서 수년 만에 그 전도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는 참으로 오묘해서, “엄마” 외에는 다 ‘적’이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아빠도 싫고, 엄마만 수용되는 순간이 오면 그런 때는 오직, 엄마만이 아이를 안을 수 있잖아요. 그 전도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그 때 내가 본 장면은 더 많은 사연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얼마 전 ‘240번 버스기사’가 아이 먼저 내리고 엄마가 하차하지 못 했음에도 버스를 출발했다며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게다가 엄마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버스기사가 차를 멈추지 않았다며, 다들 버스기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들고 있어났지요. 그런데 CCTV와 경위 조사를 통해 찬찬히 따지고 보니, 아이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렸고, 아이엄마는 아이가 하차했다는 것을 10초 뒤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엄마가 아이가 내린 걸 알아챘을 때, 이미 버스가 2차선 중앙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고요. 내려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초 후에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고, 아이와 엄마는 무사히 만났다고 합니다)

매사 우리는 적당히 ‘통박’을 굴려 섣불리 돌을 들어 던집니다. “마녀사냥”을 당한 버스기사에게 돌을 던졌던 사람 중, 몇 명이나 자기가 던진 돌에 책임을 졌을까요? 잘 모르면 닥치고나 있을 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지금은 목사가 되었을 그 전도사님,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사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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