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성경의 번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글 성경의 번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 권영진
  • 승인 2018.01.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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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 사본
사해 사본

지금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단이 표준성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글개역개정 성경(4)]는 베이스가 1938년판 개역성경입니다. 이 개역성경에서 어휘들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개역성경은 1911년판 성경(선교사들과 한문에 익숙한 초창기 목사들이 참여한 번역판)을 바뀐 한글 맞춤법에 따라 다시 기술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개역개정 성경은 그 문체와 정체성을 1911년판 성경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0세기 초창기의 선교사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수준을 배려한 문체와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자체로도 훌륭한 번역이고 한글성경 번역사에서 두고두고 귀감으로 삼을만한 역작입니다. 일부 해석에 있어서 신학적 논란이 있는 부분도 있으나 실제 원문의 뉘앙스를 충분히 잘 살린 부분도 많고 심지어는 초월번역(원문의 내용을 매우 적절하게 한국적 상황에 잘 맞추어 번역한 부분)도 많은 좋은 성경입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현대의 성도들은 [오늘의 언어]로 성경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한 이유이기도 하고 종교개혁의 중요한 정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았던 그 이전의 시대를 보면 성경은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 그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 않는 성도들이 늘어날수록 교회 현장은 비성경, 반성경적 내용들이 횡행하게 됩니다. 실제 한국교회는 이런 부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옛것의 소중함을 지킨다고 오늘날의 성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성경을 읽게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소리입니다. 성경은 읽으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멋진 가죽양장과 하드커버로 포장해서 서재를 장식하라고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성도들이 정말 게을러서 성경을 안 읽는 것일까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성경 본문을 읽는 진입장벽 자체가 꽤나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성경의 어휘를 이해하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경 본문을 읽고 이해하는데 신학씩이나 전공해야 한다면 이건 정말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교와 성경 연구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한글성경을 번역(?)해서 풀이해주는데 써야 하는 웃지못할 일도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신학자들과 목회자들도 자꾸 성도들보고 원어나 외국어타령 하지 말고 자기들이 그렇게 익힌 원어와 외국어로 한글성경 번역 잘 해서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회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라고 공부를 하고 학위 받은 거 아닐까요? 그런 노력과 결과물은 없이 원어와 외국어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핀잔만 준대서야 바른 신학자와 목회자의 자세라고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그 시대의 언어로 읽혀져야 합니다. 이것이 한글 성경도 계속해서 번역되어야 하는 간단한 이유이자 절박한 명제입니다. 성경이 정체되면 신앙 역시 정체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신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건서적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성경 그 자체입니다. 또 단순히 일 년에 몇 독을 했느냐가 아니라 성경의 본래의 내용과 뜻을 따라 바르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정체된 표준 성경번역 작업의 개선을 위해 교단들의 대승적 연합이 있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권영진 목사는 정언향 교회 담임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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