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언론인 93.5%, “문재인 정부 잘못하고 있다·불안하다”는 인상적인 기사를 마주했다. 그 글 안에서 눈길을 끄는 낯익지 않은 단체, 그리고 기사의 근거를 마주했다.
“응답자 수가 적지만 ‘출범 8개월을 맞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질문에 응답한 전·현직 언론인의 56.5%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불안하다’고 답한 이는 37%였다. 부정적 평가가 93.5%나 됐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였다.”
월간조선 뉴스룸에 실린 내용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어디서 누가 발표한 것일까?
“원로 언론인 모임인 대한언론인회는 자체 회원과 현직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 관련 기관 직원 등 300명을 대상(75명 회수, 20~90대)으로 작년 12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여론조사(설문지 직접 배포, 수거 및 e메일 응답, 복수응답 다수)를 실시했다.”
월간조선 뉴스룸에 담긴 내용이다. 그런데 대한언론인회 기관지인 대한언론의 박석흥 주필은 이번 여론 조사가 ‘대한언론인회 회원을 주 대상으로 한 <대한언론의 언론인 여론 조사>’라고 1월 1일자 《대한언론》 11면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여론조사는 대한언론인회 회원들의 여론조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표본 대상이 300명, 응답자가 75명, 그것도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단체 회원들이 중심이 된 조사 결과도 여론조사라고 적을 수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그럼에도 이런 기사를 진지하게 다루는 매체들의 섬세함이 다가온다.
그런데 대한언론인회는 어떤 단체일까?
대한언론인회는 1988년 사단법인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지난 2016년 1월 22일 취임한 대표 이사 이00(76)를 비롯하여, 이사 15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같은 날 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법인등기부등본에 기록되어 있다. 15인의 이사는 김00(80), 안00(80), 박0(78), 이0(77), 김0(75), 민00(75), 심00(75), 도00(74), 호00(74), 신00(74), 백00(74), 서00(73), 이00(72), 장0(72), 이00(63)이다.
여론조사라는 단어가 부적절해 보이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대한언론의 글이 보수적인 일부 매체와 일간 베스트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 70% 이상이라는 것을 가짜 여론조사로 규정짓는 이들은, 그것을 반증할 수 있는 팩트가 나왔다고 반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