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기도제목과 별반 차이가 없던 신사의 기원문
교회의 기도제목과 별반 차이가 없던 신사의 기원문
  • 신상목
  • 승인 2018.01.0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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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관련 보도... 다음포털 검색 ⓒ다음
일본 지진 관련 보도... 다음포털 검색 ⓒ다음

한국의 일본 지진검색어 1위를 보고 먹던 저녁밥을 뿜을 뻔했다. 나도 언론계에 있지만 한국의 인터넷 뉴스는 호들~갑이다. 도쿄 사람들은 일 없는데 한국이 걱정해주는 모양새라니. 3.11 대지진 이후 일본에는 2000번의 지진이 일어났다 한다. 2주 전부터 도쿄 부근 지진 주기가 잦아진 건 사실이다. 탈출에 대비해 생존가방을 꾸려봤다. 오랜만에 전투 준비태세 훈련하는 기분으로 휴지, , 라면, 마스크, 구급밴드, 타이레놀, 수건과 속옷 등을 구겨 넣었다.

신상목
ⓒ신상목

오늘 도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신사(神社), ‘칸다묘진(神田明神)’을 찾은 건 지진과는 관계가 없었다. 오차노미즈(御茶)라는 동네 때문이었다. 이곳은 120년 된 정교회성당인 동경부활대성당을 비롯해 공자상이 세워진 유학 기관 유시마성당(湯島聖堂)’, 칸다묘진(神田神社), 그리고 개신교의 크리스천 센터가 한꺼번에 몰려있는 곳이다. 서울의 안국역이나 인사동 부근의 교회와 천도교 시설, 조계사가 몰려있는 형태랄까. 인근에는 메이지대학과 고서점가, 악기상가 등도 오밀조밀하다.

신사는 인산인해였다. 정월 첫 참배 행사인 하츠모우데(初詣)’ 때문이다. 하츠모우데는 새해를 맞아 일 년의 감사를 올리거나 무사나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라 한다. AD 730년 창립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위치로 옮기라 명령한 고() 신사여서일까. 경내에는 어림잡아 1000명은 넘게 모여 있었다. 맨 앞줄 사람들은 동전을 던지고 두 번의 박수를 치더니 합장한 채 기도를 드렸다. 신사 경내엔 각종 부적과 운세 뽑기,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고 사람들로 붐볐다. ‘오미쿠지(おみくじ)’라 불리는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는 200엔을 내고 젓가락 같은 걸 뽑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했다.

신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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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띈 건 나무 조각에 자신의 소원을 적은 내용이었다. ‘학문 성취’ ‘합격 기원’ ‘가내 안전 건강 제일 직업운 상승 세계 평화’ ‘좋은 기업에 입사’ ‘국가시험 합격’ ‘대상 기원등이 많았고 영어로 쓴 ‘JLPT(일본어능력 시험) 3급 합격도 보였다.

낯익은 문구였다. 헌금봉투에 적어냈던 기도제목? 소박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지만 우리네 교회의 기도제목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씁쓸했다. 동시에 70대 이상 노인들이 주류인 일본 교회의 현실도 떠올랐다. 신사엔 이렇게 사람이 미어터지는데 교회는 갈수록 비어만 간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 특성상 신사참배가 더 현실적이어서 일까? 일본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로 충만한 때는 언제일까?
 

* 이 글은 신상목 기자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라있는 것을 신 기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 것이다.

글쓴이 신상목 기자는 국민일보 종교부 기자로, 현재 일본 도쿄에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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