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꼭 어느 편이어냐 하나?
우리는 꼭 어느 편이어냐 하나?
  • 박영호
  • 승인 2018.01.0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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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lai K Bodarevski, 사도 바울의 재판
Nikolai K Bodarevski, 사도 바울의 재판(1875)

0점 아니면 100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일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이렇게 쏠리고, 나뉜다. 정치적 이슈도 그렇고, 이국종 교수, 제천화재 소방관들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들도 그렇다.

이국종 교수 훌륭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 등, 개인에 관한 정보가 공적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 또한 타당하다. 화재진압 소방관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찬찬히 복기하여,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포츠나, 입사 면접 등에서 다수가 점수를 매길 경우 최고점과 최저점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편향된 평가는 배제하여 객관성을 높이려는 의도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점수는 특정 선수나 후보를 떨어뜨리려거나 밀어주려는 사심이 개입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좋은 제도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담론들은 대부분 버려져야 할 편향적인 의견들로 채워져 있다. 객관적이고 차분한 숙고가 필요한 주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버려져야 할""쓰레기"의 사전적 의미에 해당한다.

물론 사회의 기득권이 언론 등을 동원하여 지나치게 편향적인 정보와 평가들을 유포해 온 것에 대응하기 위해, 의식있는 시민들이 분연히 일어나 이런 구도를 만든 면이 없지 않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구도가 선명히 구별될 때 이렇게 목소리를 모으고 의견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의미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다양한 의견들을 여유있게 고려할 줄 알아야 하고, 바람직한 흐름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 개선할 점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외상센터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환자의 인권도 걱정해 주면 안되나? 소방관들의 수고를 고마와하면서도, 동시에 좀 더 효과적인 화재 진압 방법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정부의 아쉬운 점에 대해 글 쓰면 안 되나?

왜 우리의 채점표에는 0점 아니면 100점만 있어야 하나? 우리는 왜 매사에 어느 편이기를 강요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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