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해 쓰신 아버님의 자서전
자녀를 위해 쓰신 아버님의 자서전
  • 손희선
  • 승인 2018.01.06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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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선 목사의 목회서신
자서전
손성현 목사 자서전

일전에 목포에 계시는 형님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님을 모시고 성지순례를 한 번 가자고. 소위 삼부자 성지순례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근사한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제가 그토록 흥분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성지순례를 가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아버님과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목회의 길을 걷는 형님과 제가 아버님을 단독으로 모시면서 좀 더 심도 깊은 목회에 대한 얘기를 실컷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14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엉성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버벅댑니다.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침마다 버겁고 힘이 듭니다. 오리무중입니다. 이런 저에게 아버님의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이 됩니다. 빛이 됩니다. 지혜가 됩니다. 그런 아버님을 모시고 지나간 삶도 나누고, 어머님과 어떻게 연애 했는지도 듣고 실로 허심탄회하게 목회에 대한 스피릿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저의 갈증을 아버님이 아셨을까요? 책을 쓰셨습니다. 소위 자서전(自敍傳)”입니다. 부제(副題)가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하나님 이야기입니다. 지난 수요일 밤에 책을 받아 금요일 저녁쯤에야 책을 들었습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니 자정이 넘었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아버님이 우셨다는 대목에서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특별히 할아버지에 대해 말씀하실 때 그렇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 고단했던 시간을 잠깐이었지만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성전 건축에 대한 얘기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성전을 네 번이나 지으셨기 때문입니다. 개척교회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실 수도 있습니다. 16 곳의 교회를 개척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장엄한 성전 건축의 역사는 단 몇 페이지로, 교회 개척에 대한 얘기는 고직 한 페이지 정도로 줄이셨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당신이 목회자로써, 하나님의 아들로써 어떻게 하나님과 동행하셨는지에 대한 눈물겨운 기록이었습니다.

목회의 기술을 알려 주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교회를 부흥시키고 성장시키는 노하우를 전해 주시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성령님을 주()로 모시고, 어떻게 하나님의 연단을 받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사셨는지에 대한 진한 지문들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책을 덮을 때쯤 절로 두 손을 모아 기도드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회개가 터져 나왔습니다. 감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렇게 귀한 아버님이 제 아버지여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지나간 아버님의 여정 속에서 동행하시고, 가르치시고, 세워 주셨던 그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허물 많은 저에게도 함께 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글쓴이 손희선 목사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열린벧엘교회의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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