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도 '누구는 누구 라인'이 존재한다?
교회 안에도 '누구는 누구 라인'이 존재한다?
  • 박재익
  • 승인 2018.01.0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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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PATRONES와 CLIENTES

로마에는 CLIENTELA( 피호관계, patron and client system)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기기가 조금 애매하지만 후원자-피후원자, 보호자-피보호자 등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재판 등 법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유력자를 찾아가 자기 대신 재판을 해 달라고 청원을 하거나 변호를 의뢰하고 유력자가 이에 응해 도움을 준다면, 도움을 준 사람과 도움을 받은 사람 사이에 patron-client 관계가 성립 된다. 이 관계는 법적 관계는 아니었지만 신의를 중요시 여기는 로마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분명한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이하 패트론, 클라이언트)

중세 봉건 영주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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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론은 자신의 클라이언트들에게 도움을 주고 집에서 연회를 베푸는 등 자신의 자비를 드러낸다. 생활 뿐 장례까지 책임져주고 사병이 되었던 이들에게는 은퇴 후 정착지까지 마련해 주었다. 클라이언트는 연회에 가서 밥을 먹고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며 패트론을 의지한다. 이런 도움들을 받게 된 클라이언트는 패트론의 집안일을 거들어주거나 관직에 출마할 경우 그에게 표를 던져야했고, ‘명예와 수치관념이 지배하던 로마 사회에서 만약 패트론이 수치를 당하게 되면 대신 가서 목숨을 걸고 수치를 갚아주어야 했다패트론도 본인보다 더 유력한 자의 클라이언트가 되어 그를 섬기고 보호를 받았다. 그리고 로마 사회 전체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이 시스템의 정점에는 주의 주, 왕의 왕으로 불리는 모든 이들의 패트론, 로마 황제가 있었다.

이런 로마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어제까지 밥 먹으러 가던 집에 더이상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패트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고 고백하며, 패트론에게 얻어먹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함께 사는 것, 이것이 바울의 가르침이었고 그가 만든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신약성서는 큰 위협 속에서 신앙을 지켰던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예수와 동행하는 것이 충만한 삶을 누리고 온전한 사람됨을 이루는 길이라 확신했다. 탐욕 부리지 않고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의심 없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았다. 그들은 정의, 서로 섬김, 감사 앞에 이 세상의 위험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신뢰했고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위협을 감수했다. 그 약속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아무것도 은폐하지 않으며 권력을 움켜쥐려는 은밀한 의도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공동체가 되어야 할 교회에 2천년이 지난 지금도 patron and client 시스템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교회 안에서 한 줌의 권력이라도 손에 쥐기 위해 패트론이 되려고 하는 자들, 든든한 패트론을 섬기며, 그의 힘으로 자신도 위세를 부리고 이익을 얻으려고 클라이언트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 안에서 누구는 누구 라인이란 말들이 나오게 행동하는 것은, 다른 삶의 모습으로 로마의 시스템에 저항했던 신약성서 속 공동체와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로 인해 공정성이 상실되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일반 기업과 단체 등 세속에서도 지탄 받는 행동들을 왜 교회에서까지 봐야할까. 사도 바울은 이미 고전 11:18-20에서 분명히 경고했다.

첫째로, 여러분이 교회에 모일 때에 여러분 가운데 분열이 있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하기야 여러분 가운데서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환히 드러나려면, 여러분 가운데 파당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분열되어 있으니, 여러분이 한 자리에 모여서 먹어도, 그것은 주님의 만찬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새번역)

 

글쓴이 박재익은, 보수적인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평범한 교회 집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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