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평판을 바탕으로 기사 보기?
기자의 평판을 바탕으로 기사 보기?
  • 문사홍
  • 승인 2017.12.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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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화면 갈무리 SBS
SBS 뉴스 화면 갈무리 ⓒSBS

 

신뢰의 비용. 경제학 용어로 '거래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큰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있어서 두 거래 당사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음으로 인해 탐색비용, 계약비용, 감사비용, 법정비용 등을 부담하는것을 말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회사 휴게실에 머핀을 놓고 돈을 넣는 바구니를 앞에 두었을때 돈이 제대로 걷히고, 도난당하지 않는다는 신뢰만 있으면 굳이 사람이 지키고 있는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다.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법, 규범, 에티켓으로 서로 신뢰를 충분히 쌓아 왔기 때문에 파란 신호등에는 좌우를 살피지 않고도 길을 건너고,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머니에 총이나 칼을 넣어가지고 다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신뢰가 어떤 계기로 깨지게 되면 개개인이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배가 침몰하고 있을 때 방송으로 들리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여 각자도생을 해야 하고, 정말 '가만히 있는'것이 모두를 위해 안전한 순간에도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단계로 접어들기 직전이다.

언론과 뉴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언론의 보도를 보고 어떤 분이 그 시점에 대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표현을 했는데, 정확하다고 본다. 기자가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처음부터 조소를 보내며 기자를 탓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건을 통해 기자들이 대통령의 중국외교에 관한 사실은 빼고 악의적인 기사를 낼 것이라는 예감. 그 예감이 실제로 맞아들어 가면서 기자들에 대한 독자의 태도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제천 화재사고를 보면서 독자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왜 멀쩡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손님들은 탈출하지 않았던 건지, 왜 그런 위험한 단열재가 건물 전체를 덮어도 건축법상 문제가 없었던 건지, 왜 건물 옆 길에 LPG 가스통이 있었던 건지, 왜 유리창을 깨고 사람을 구조하지 않았던 건지, 왜 소방관은 네 명 밖에 없었던 건지였다.

특이점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디를 보더라도 언론사에서 내놓은 기사를 고스란히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분명히 기자들이 능력이 없어서 제대로 취재를 못했을거야',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일부러 악의적으로 기사를 썼을거야'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양치기소년이 두 번 거짓말을 했다면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뻔한 사실이다.

이제 독자들에게 있어서 메인 언론사의 뉴스란 독자 스스로 사실을 취합하여 그 기사를 논파하며 조롱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지, 어떤 정보나 어젠다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신뢰비용을 지불하는 독자는 피로도가 누적되고, 사실을 전달하려 노력하는 소수의 기자는 '기레기'로 도맷값으로 조롱당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신뢰의 비용을 독자가 지불할 수는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론이 정상화가 되었을 때도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와 기자를 기억함으로서 천천히 신뢰관계를 쌓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기사를 걸러내기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매주 어떤 기사가 혹은 어떤 기자가 가장 저열한 기사를 썼는지 랭킹을 매기고 보존하는 방법, 어떤 식으로 참여정부가 악의적인 기자들에 의해 무너져갔는지를 책으로 출판하는 방법 등. 모두 좋은 방법이다. 나도 이 정보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수고'라는 또 하나의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그래서 독자가 기사를 접했을 때 수고하지 않고 그 기사 자체를 판단내릴 근거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평판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기사를 보면 그 누적된 평판에 의해 '선입견'을 가지고 기사를 읽도록. 그리고 자신의 판단 근거를 더해 평판을 조정해나가는 방법. 이것이 현재까지 생각한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 쯤 전에 나쁜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을 명시하면서 댓글을 달고, SNS에 올려야 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꽤 널리 퍼진 글이라 많은 분들이 그 취지에 동참해 주셨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감동했던 건 어딘가의 좋은 기사에서 댓글로 독자들이 기자의 이름과 존칭을 깍듯이 붙이면서 칭찬하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이미 독자들은 집단지성으로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알고 있었다몇 번 말한 적이 있지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는 '기레기'라는 명칭으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 말이 함의하는 다른 뜻은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는 그 이름을 만방에 널리 알려, 명함을 건넬 때도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신뢰의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 대가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독자들이 지치지 않고, 스스로 검색해보는 거래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때에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프로그래머와 미팅을 한차례 가졌고, 몇 가지 어려운 조건이 있겠지만 그 시스템을 구축해보려고 한다. 이 시스템이 널리 퍼져서 집단의 지성을 통해 이 시스템이 인정을 받을 때. 이 시스템 자체가 또 하나의 신뢰의 비용을 청구하는 그런 조악한 시스템이 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곧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이라는 도움을 요청하게 될것 같다. 뻔뻔한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글쓴이 문사홍은, 문재인사설홍보팀(www.moonsahong.com)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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