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크리스마스
어머님의 크리스마스
  • 손희선
  • 승인 2017.12.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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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선
ⓒ손희선

 

“큰 사모님”, “사모님”, “권사님”, “성도님”, 그리고 “어머님”. 한 교회 안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불려지는 경우는 흔치 않으리라 봅니다. 바로 저희 어머님, 김숙희 권사님이 그렇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평생 아버지 옆에서 교회를 섬겼던 사모님이셨습니다. 뒷자리에서 아버지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살피며, 교회와 아버님, 그리고 저희 형제들을 위하여 중보하셨던 어머님이십니다. 가끔씩 몸이 아파 새벽기도회를 불참할라치면 어김없이 이불을 포대처럼 뒤집어쓰고 거실 한 켠에서 숨죽여 기도하셨습니다. 시험 기간, 학교가기 바쁜 아침에 허겁지겁 나서려하면 어머님이 불러 세웠습니다. 아버님 서재로 데려가셨습니다. 아버님께 기도 받고 가라는 거였습니다. 학력고사(지금은 수학능력평가) 볼 때도 어김없이 기도를 받았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커다란 돋보기로 성경책을 더듬더듬 읽으시면서 거실로 비춰오는 따스한 햇살을 받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때로는 시험기간이거나, 혹은 어떤 일로든 가정예배를 빠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타이르듯 말씀하셨습니다. “예배하자!” 아버님께서 바쁘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말씀하셨습니다. “예배드립시다.” 명절에 형제들이 모이면 말씀하십니다. “다 같이 예배하자” 그렇게 어머님은 저희 가정의 예배의 주체시며, 중심이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버님은 은퇴하셨습니다. 어머님은 곧바로 저희 교회에 오셨습니다. 그렇고 보니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저랑 새가족 사진을 찍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실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가 교회를 개척한 이후 어머님은 한 주일도 빠지지 않고 나오셨습니다. 등록카드가 있기 전부터 이미 저희 교회에 계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어머님은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서 현재 “권사님”으로 지내십니다. 권사회에도 참여하시고, 여전도회에도 참여하시고, 주방에서 그릇도 닦으시고, 김장을 담을 때도 앞치마를 두르시고, 매 주일 모이는 목장모임에도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사모님으로 일생을 지내셨다가 평신도로 일생이 저물고 계십니다. 멋진 황혼입니다. 눈부신 석양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저희 어머님은 수화를 하십니다. 목장에서 수화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외우십니다. 따라 하십니다. 좋아 하십니다. 성도들 사이에 계신 저희 어머님이 눈부십니다. 평신도로 영글어져 가는 제 어머님이 무척이나 곱고 예쁘십니다. 성도들과 눈을 맞추며 함께 수화도 하고 앞치마도 두르시는 어머님을 실로 존경합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을 때나 지금 이 자리에 있을 때나 변함없이 하나님 앞에서 한 명의 자녀로 살아 내시는 어머님을 저도 잘 따라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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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http://www.dailytogether.com/news/articleView.html?idxno=340

 

글쓴이 손희선 목사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열린벧엘교회의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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