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를 절감하고 더 열심히 공부할 동기를 안겨주는 책
무지를 절감하고 더 열심히 공부할 동기를 안겨주는 책
  • 정한욱
  • 승인 2017.12.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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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모토 유이치로, 현대 철학 로드맵, 아르테, 2016년

이 책은 사상가 50인이 안내하는 의 최전선이라는 부제에서 잘 알 수 있듯 현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50명의 핵심적인 생각을, 그 사상가를 대표하는 잘 알려진 키워드(예를 들면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 1915~1980)'저자의 죽음'이나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도구적 이성’,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2015)위험 사회’)를 중심으로 도표/그림과 함께 간략하게 소개하는 현대사상 입문서이다.

오카모토 유이치로, 현대 철학 로드맵, 아르테, 2016년
오카모토 유이치로, 현대 철학 로드맵, 아르테, 2016년

저자는 근대를 비판함으로서 현대로 가는 문을 연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에서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에 이르는 일곱 명의 사상가로부터 시작하여, 근대적 '주체'개념을 비판하며 구조의 지배를 강조한 프랑스의 구조주의/포스트구조주의 사상가들과, 파시즘과 대항하며 서구 마르크시즘을 토대로 근대성비판에 주력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 School)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계급분화와 기능분화, 포스트모던과 재귀적 근대와 같이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사회에 접근하는 사회학자들과, '정의'라는 주제를 놓고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라는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치열한 논쟁을 벌여 온 정치사상가들을 다루며, 마지막으로 '인간의 조건'을 고민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에서부터 '동물해방'을 주창하는 오스트레일리야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71)에 이르기까지 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열두 명의 사상가들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마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현대사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한 사상가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과, 현대사상의 개략적인 흐름에 대한 큰 그림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 언론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각 사상가들의 핵심 키워드를 도표나 그림과 함께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판형에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고 '시원한' 편집에 한 사상가 당 많아야 너댓 페이지 정도만 할애하고 있는 이 책 한권으로 복잡하고 난해하기로 소문난 현대사상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당연히 심각하게 비현실적이다. 독자가 자신의 무지를 절감하고 더 열심히 공부할 동기를 얻게 된다면, 이 작은 책은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완수한 것이 아닐까?

만약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상가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다음 단계로 철학아카데미에서 진행됐던 강의를 동녂에서 책으로 펴낸 세 권의 처음 읽는 철학" 시리즈(처음 읽는 영미 현대 철학,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와 연구모임 사회비판과 대안에서 엮고 사월의 책에서 펴낸 테제들시리즈(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 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글쓴이 정한욱 원장은, 우리안과 원장으로 일터에서 복음을 품고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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