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과 향기로운 믿음들이 여전히 더 많다
아름다운 삶과 향기로운 믿음들이 여전히 더 많다
  • 박수진
  • 승인 2017.12.1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수진의 노래일기 - 한번쯤 나누고 싶던 이야기
박수진
ⓒ박수진

 

공식 사역이나 비공식 방문으로 십여 년째 여러 나라와 지역, 많은 교회들로 이끌려 다니며 늘 느끼는 것이 있다. 곳곳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삶과 향기로운 믿음들이 여전히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안타깝도록 힘겨운 상황들과 못 볼꼴들을 충분히 보고 들어와서 근거 없는 긍정주의나 막연한 기대, 환상 같은 것이 없은지는 이미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다니며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풍경들은... 밭에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보화처럼 빛을 발하며, '교회는 죽었다, 교회는 타락했다, 청년들은 더 이상 교회에 없다, 다음 세대에는 소망이 없다' 등의 말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이래도 네가 듣던 이야기들만 현실이냐?' 하고 내게 묻는 것처럼 말이다.

ⓒ박수진
ⓒ박수진

통계와 수치를 들어가며 토해내는 기사들과 정반하며, 마치 어느새 그런 말들만이 현실이고 팩트인 것처럼 생각하던 내 뒤통수를 힘껏 쳐주는 풍경들이다. 그 속엔 주의 말씀 따라 참으로 신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놀랍도록 많았다.

교회를 열어 소외되고 갈 곳 없는 사람들, 냄새나고 볼품없어 사람들이 꺼려하는 이들을 품되, '불쌍한 사람을 도와 준다'는 미흡한 태도가 아니라 정말 내 형제 자매로 여기며 받아, 더욱 온전하게 그 '한 몸' 이루는 법을 배워가는 교회들과, 그것이 교회의 마땅한 본분임을 알고 가르치는 목회자들이 그들이었다.

또한, 자신이 속한 신앙 공동체를 힘차게 섬겨 일으킬 뿐만 아니라, '내가 곧 교회'임을 알아, 자신들의 일터와 가정과 지역사회와 선교지까지 한 품에 안고 일상 속에서 하늘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그들이었다.

자기 집을 나만을 위한 소유라 여기지 않고, 나그네를 재우고 먹이는 것을 마땅한 일이자 기쁨으로 알아 복음 사역의 숨은 열쇠가 되는 이들과, 우리 교회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지역과 이웃 돌아보기에 힘쓸 뿐 아니라, 형제된 다른 교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장 나의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달려가 돕는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그들이었다.

이런 이들과 풍경들을 만날 때면, 나는 내 자신에게 정색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누가 교회가 모두 다 썩었다고 싸잡아 말하는 거야. 내가 이런 예외적인 상황들만 만나고 다니는 것인가? 불꽃같은 청년, 청소년들이 이렇게 놀랍도록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고 있는데, 이런 것은 통계와 수치에서 왜 모조리 빠져 있는 거야? '

몰라서가 아니라, 다 알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에 주저 없이 자처하는 사람들. (몰랐을 때는 열심히 했지만, 이제 주저 없이 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어느새 많아진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어려운 곳에 손 펴는 일을 자주 하지만, 괜한 칭찬도 오해도 싫고 그저 주님께만 드리고 싶어 아무도 모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척박한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감당하며 내 앞에 놓인 사막과 황무지를 정원과 농장으로 가꿔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본인들이 이런 글감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고 살아가는, 그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인데, 하늘 백성인 그들은 그 특성도 마치 천국과 같아서 늘 우리 곁 어느 골목 귀퉁이 혹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에서 하늘나라를 펼치며 산다.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가 발견해서 매스컴에라도 올리면 우린 그제야 그가 세상 유일한 성자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곤 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특별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저 겸손히 할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돌아다니며 이런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나는 나는 그럴 때마다 그 모든 일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정말이지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교회가 전부인 줄 알던 어린 시절과, 지역교회를 내 몸처럼 섬기던 시절들을 간직한 채, 여러 곳을 가 볼 수 있는 지금의 부르심 덕분에 이렇게 충분한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음도 감사하다.)

ⓒ박수진
ⓒ박수진

내가 다니며 만난 사람들 중엔 그런 이들이 많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일 수도 있다. 세상이 매일 망해가는 것만 같지만 한 줌의 소금이 넓은 물의 신선도를 지키듯 이런 이들은 여전히 소리 없이 소금과 빛이 되어, 팽팽하게 맞서는 세상의 선과 악 사이에서 인간이 생존 가능한 농도를 유지해내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다가 뉴스를 통해 알게 되는 마음 아픈 소식, 더러운 소문, 슬픈 이야기들도 넘쳐나지만, 그것만 보며 절망한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아직 미처 모르는 일들이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절망하고 포기하기엔 세상에 아직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실망하고 떠나버리려면 이미 아주 오래 전에 그랬을 나와 당신. 듣고 싶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소식들 속에 오늘도 매일 무너지고 속이 상해가는 나를 이끌어 다니게 하시는 그 분이 내게 보여주고 싶으신 것, 또 이렇게 글로나마 외치게 하고 싶으신 것이 어쩌면 이것이었을까. 절망할 이유와 현실적 근거들을 말해주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으니까.

그리고, 미디어 같은 것들은 우리가 모르던 실상을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원래 우리가 오랫동안 알아왔던 더 중요한 실상을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

 

 

글쓴이 박수진 전도사는, 미국 테네시 주 내쉬빌 소재 예술선교단체 A.C.T. Intl 에 속한 예술선교사로, 박수진의 노래일기를 쓰고 노래하는 찬양사역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