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의 책을 정리하다가 버리기엔 아까운 새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고 교회에 기증한다거나 남을 주기에도 적절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사람의 좋은 책인 줄 알고 산 것인데, 나중에 보니 책을 쓴 사람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독”을 퍼뜨리는 것 같아서 헌책방에 팔기에도 망설여졌습니다.
결국 헌책방에 푼돈을 받고 팔아버렸습니다. 나에게는 “독”이지만, 혹여 남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팔았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가요. “독”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다니요. 몇 푼 이익 앞에 선/악, 득/실이 뒤집혀버렸네요.
누군가를 욕하거나 편들 때는 어떤가요? 실컷 욕해주었는데 정작 나중에 나 자신과 나의 친구들이 그와 같은 짓을 해서 그 욕을 들어야 할 때가 오면 오히려 칭찬하고 편 들어주는 경우도 있지요. 사리사욕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나와의 친밀도에 따라 이해의 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온전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제한된 정보와 무의식 속 사리사욕에 의해 판단하며 싸우거나 칭찬하는 거지요.
지금까지 “약”을 팔아왔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독”일수도 있다니 두렵습니다. 독인지 약인지, 헷갈리는 세상이기에 조금 더 신중하고 무거워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몇 푼 사리사욕에도 기준이 바뀌지 않는 진중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일단 남은 책들을 팔고난 뒤에요.
글쓴이 이범진은, 효창교회와 하나소교회에 다니고 있으며, 월간 복음과상황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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