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마술
(종교)개혁과 마술
  • 옥성득
  • 승인 2017.11.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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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7.09.23
[중앙일보] 2017.09.23

최근 102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에서 요가와 마술을 금했다. 좋게 생각하면 점술, 점성술, 부적, 풍수, 사주팔자 등과 같은 것도 함께 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교개혁이 중세의 자연 미신관을 깨고 자연 과학을 발전시켰다는 명제에서 보자면, 이번 총회 결정은 그 전통을 계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00년간 유럽에서 개신교 국가가 과연 마술과 미신 퇴치에 성공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아래의 첫 도표는 개신교 국가나 가톨릭 국가나 일반인의 종교로 자리 잡은 마술 문제에서 차이가 없고, 높은 비율로 매직을 믿고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칼빈주의가 강한 스위스인들이 루터란 독일인보다 더 마술을 실천한다. 주일 예배 참석률도 신구교 간에 차이가 없다.

Rodney Stark, Reformation Myths (2016), p. 14.
Rodney Stark, Reformation Myths (2016), p. 14.

한국 개신교는 어떠한가? 아래의 두 번째 도표를 보면 유럽과 비슷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개신교인 가운데 궁합, 사주팔자, 풍수지리를 수용하는 비율은 30%가까이 된다. 윤회설도 20% 정도가 믿고 있다. 개신교 외의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보는 비율이 30%를 넘는다. 결국 토요일에는 보살무당에게 가서 점을 치고 궁합을 본 후, 일요일에는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월요일에는 직장에서 유교적 장유유서나 남녀유별에 따른 위계질서를 받아들이는 게 상당수 개신교인의 일상적인 종교성이다. 곧 적지 않은 개신교인들은 다종교 정체성을 가지고 종교 혼합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보고서, 2012

출처 : http://www.churchr.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67
출처 : http://www.churchr.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67

유럽이나 미국이나 한국에서 종교개혁의 산물인 개신교는 마술을 없애지 못했다. 가톨릭 신자나 무종교 신자와 마술(, 궁합, 풍수)을 믿고 실천하는 면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다.

통합 교단 총회는 교회 행사나 예배 때 간단한 마술 실기로 관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하고, 운동으로서의 요가 체조 참여를 금지했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신학교들과 교단들은 마술의 문제를 더 깊이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요가가 그 기원과 기본 사상에 힌두교가 있어서 안 된다면, 침은 그 기원과 기본 사상에 도교나 유교가 있으므로, 한국 기독교인이 한의원에 가면 안 된다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종교혼합 문제, 종교다원론의 문제와 함께 궁합, 사주팔자, 부적, 풍수지리, 점술, 침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신학적 정리와 목회적 돌봄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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