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사역이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
공동체 사역이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
  • 김선일
  • 승인 2017.12.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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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따듯한 '정'의 문화가 회복된다면
단원 김홍도, 점심,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畵帖) 중,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단원 김홍도, 점심,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畵帖) 중,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한국에서도 공동체, 이웃교회, 지역공동체라는 단어가 뜻있는 목회자들에 의해서 제안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크리스천들의 삶에서 주변에 이웃이 되고 인격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경험한다. 공동체를 좋아할 듯한 우리나라에서 공동체 사역이 의외로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나는 몇 가지로 본다.

첫째, 현재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물론 강력한 집단주의 DNA가 상존하지만, 많은 이들이 집단주의 강박증에서 해방되어 개인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둘째, 기성교회들은 지역공동체 사역을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전시성 프로젝트와 이벤트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는 지역봉사나 지역문화 '행사'들을 기획한다. 그런데 그러한 이벤트에 봉사하러 동원되는 사람은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로 인해 순종적 교인들의 피로도는 쌓여만 간다. 시혜성 사역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물적, 인적 자원의 토대위에서 진행되는 반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공동체 됨은 간과된다.

셋째, 문화 비교연구를 해보면, 한국인들은 엄밀히 말해서 공동체가 아니라 연줄주의가 더 강하다. 개별적 존재로서 상호적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자기와 연관성 있는 사람들과만 긴밀하고 우호적인 정을 나눈다. 자기와 연줄이 없으면 속된 말로 생까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서구인에 비해서 한국인들은 주변의 낯선 이들과 인사하고 교제하는데 훨씬 더 어색해하고 힘들어한다.

서구인들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남인 반면, 그래서 같은 지역, 같은 단체의 공공선을 위해서 공동체에 긍정적 태도를 가지려는 의식적 노력이 있다. 워낙 개인주의의 폐해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공동체를 서로 연줄이 있는 '우리끼리' 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체를 하려면 먼저 개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고,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 및 영국 교회들에서 공동체에 대한 탁월한 신학적, 사역적 저술들이 나오는데 반해, 한국적 상황에서의 공동체에 대한 성찰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 한 선교적 교회나 지역공동체 운동이 행사와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동체를 방해하는 위와 같은 비늘들을 벗겨내고 바로 잡아만 준다면 친근하고 따뜻한 정의 문화가 있기에 종종 형식적 예의에 그치는 서구적 공동체보다 더욱 가능성이 있다.

 

글쓴이 김선일 교수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대학교의 실천신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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