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 이생의 여행을 마치고 본향에 가시다!
한 여인, 이생의 여행을 마치고 본향에 가시다!
  • 김동문
  • 승인 2017.12.10 0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문목사의 목회칼럼
김동문
김동문목사의 치매안심지원센터 활동 ⓒ김동문

 

조정례 어르신과의 만남은 치매안심지원센터를 이용하시기 시작한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이생의 여행을 마치시고 하나님 계신 저 본향으로 가셨다. 아주 예쁘고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단다.

어르신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시고 치매를 앓게 되셔서 우리 센터를 이용하게 되셨다. 우리 센터에 오셨을 때는 사람도 거의 못 알아보시고 말하시는 것도 거의 잊어버리셨다. 그러나 유독 나만은 알아보시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소녀처럼 웃으시고, 내가 손을 내밀면 좋아하시면서 내 손을 잡고 흔드셨다.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면 빠르게 손을 밀치시거나 고개를 돌려버리셨는데. 또 내가 노래를 부르면 일어나서 춤을 추시고, 어떤 때는 물 마시고 혀~”라고 말씀하시고, 내가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더 많이 마셔~”라고 하셨더랬다. 그때 우리는 모두 놀랐었다.

김동문
김동문목사의 치매안심지원센터 활동 ⓒ김동문

고인의 빈소를 찾았는데, 마음이 참 울적했다.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늘 앉아계시던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아 마음에 좀 퀭했었는데, 저 하늘나라로 가시고 나니 내 열혈팬(?)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마음의 공동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우리 센터를 이용하시다가 요양원으로 가셨다가 돌아가시면 그래도 덜한데, 우리 센터를 이용하시다가 잠깐 앓으시고 돌아가시면 마음이 참 울적해진다.

센터에 돌아와서 어르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찾아보고 나서 기어코 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사진 속의 어르신은 늘 내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다른 어르신을 향해 있을 때도 어르신의 얼굴과 시선은 항상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때 왜 어르신께 눈길을 좀 더 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조정례 어르신~, 먼저 가셔서 내 자리 잡고 있으세요. 제가요, 나중에 저도 본향에 갈 때는 기타를 가지고 갈테니까요, 그때 우리 매일 매일 신나게 놀아요. 그때도 어르신 춤 추실거죠?”

김동문
김동문목사의 치매안심지원센터 활동 ⓒ김동문

이제 그동안 다뤄온 아브라함 스토리를 거의 마칠 때가 되었다. 장장 7개월째다. 오늘 본문엔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의 죽음이 나온다. 사라도 죽었듯이 우리 어르신도 이생에서의 사명을 다 감당하시고 노년에 나를 만나 즐겁게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우리 어르신은 인생승리를 하셨다. 그 어떤 승리보다도 아름다운 승리를!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도 복 받은 삶이라고. 이 복된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복을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고 끝까지 누려야겠다.

 

글쓴이 김동문목사는, 해빌리지 살렘교회 담임목사이며, 해빌리지융합치유연구소 대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