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영성신학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영성신학이 필요하다
  • 이택환
  • 승인 2017.12.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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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언제나 통제와 식별적인 기능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영성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영성신학이 없다. 마치 교회마다 성경은 많이 읽어도 성서신학이 없는 것과 같다. 성경읽기에 성서신학이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성서신학이 취약한 한국교회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창조과학의 만연이다. 한국 신학교에 성서신학자들이 부지기수임에도 그러하다면, 영성신학자가 거의 전무한 국내현실에서 교회마다 영성이 방향을 잃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장로교 통합의 경우, 최초의 영성신학자 유해룡 교수가 장신대 영성신학분과를 담당한 지난 20년간 많은 후학들을 배출했다. 그럼에도 영성신학은 통합 측 개교회에서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하물며 영성신학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다른 교단이랴? 그래서 나타나는 한국교회의 영적 현실 중에 하나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에 열중하는 이는 많아도, 자신이 듣는 음성의 내용(심지어 무속적인 것도 OK)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이다. 더 나아가 그 음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일단 음성을 들었냐, 안 들었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음성을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기도 중 하나님의 음성이 아닌 다른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예수님은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로 나가셨다. 그리고 성령의 요구를 따라 금식(기도)까지 하셨다. 40일이 지났을 때, 예수님이 들은 음성은 그동안 금식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광야에 비록 먹을 것이 없으나 돌은 많으니, 이 돌들을 떡으로 만들어 먹으라!”는 따뜻한 위로의 음성이었다.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광야로 나가, 성령의 뜻대로 40일 금식기도 한 후 음성을 들었다면 당연히 100% 성령의 음성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그 음성을 사탄의 것으로 규정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아마, 명성교회도 그냥 목회세습 한 게 아닐 것이다. 그 교회에 기도대장이 한두 사람이겠는가? 김삼환 목사나 김하나 목사도 나름 한 기도 할 것이다. 그들이 기도 중에 공통으로 들은 음성은 목회를 세습하라!”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이를 아멘!”으로 받았을 것이다. ? 기도 중에 음성을 들었다면, 100% 하나님 음성 아닌 다른 음성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영성신학은 영성만이 아니라 식별을 필수로 한다. 그러기에 영성신학은 기도 중에 누군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할지라도, 그 음성의 내용과 출처에 대해 엄밀한 식별을 요구한다. 바울을 보자. 그는 고전 12:10에서 예언의 은사를 언급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능력 행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함그러나 곧바로 그가 어떤 사람에게는 영들 분별함이라고 말함으로써, 한 은사자가 공동체에 전하는 예언이 진실로 주님에게서 오는 것인지 아닌지 분별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바울의 똑같은 언급이 데살로니가 전서 5:20-22에 있다. “예언을 멸시하지 말고, 범사에 헤아려(식별하여) 좋은 것을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그러나 영성신학이 전무한 한국교회에서는 식별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나아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예언의 은사자가 있다 해도, 그가 들은 것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 “당신이 영의 세계를 알기나 하냐? 체험도 없는 것이, 어디서 허튼 수작 부리냐?” 험악한 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러나 영성신학자 유해룡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 영성을 기독교 실체에 대한 체험이라고 강조할 때, 사실 이 체험이란 대단히 위험스러운 요소를 안고 있다. 체험은 언제나 통제와 식별적인 기능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에 영성신학이 절실한 이유다.

 

글쓴이 이택환 목사는 그소망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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