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외국인들 대낮 칼부림···여자문제로 두 나라가 붙었다? - 선정적 헤드라인
광주서 외국인들 대낮 칼부림···여자문제로 두 나라가 붙었다? - 선정적 헤드라인
  • 김동문
  • 승인 2020.04.2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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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인과 아제르바이잔인들 사이의 종교와 국가 갈등 표출아니다.
중앙일보(2020.04.22) 갈무리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종교는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까? 특정 종교인은 말하고 행동하고 정치 활동을 할 때도, 음식을 먹고 마실 때도, 잠을 잘 때도, 사랑과 미움을 나눌 때도 종교인 답게 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까? 지난 4월 15일에 치뤄진 총선에서, 같은 종교를 믿는 두 사람의 정치인이 한 선거구에서 맞섰다. 같은 종교를 믿는 정치인이지만, 그 둘은 너무 달랐다. 말과 행동, 정치적 신념, 세계관, 안목, 사람에 대한 시선에 이르기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둘의 차이점은 종교에서 비롯된 것일까? "종교인이니까?"하는  '종교의 눈'은, 어떤 이의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할 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종교적인 시선, 그것은 대개의 경우 선입견 또는 편견일 뿐이다.

 

집단 폭행 사건

최근에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가 충돌했다. 이 충돌은 어떤 시선으로 봐야하는 것일까? 중앙일보의 "광주서 외국인들 대낮 칼부림···여자문제로 두 나라가 붙었다"는 기사를 따라가 보자. 사건 현장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동네였다.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한 공원.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 A씨(22)가 허벅지를 흉기에 찔린 채 쓰러졌다. 당시 A씨는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B씨(23) 등 아제르바이잔 노동자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 중앙일보(2020.04.21)

이 사건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 것일까?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자연스럽게 이렇게 분석하고 판단했다.

두 나라는 1991년 러시아연방 해체 뒤 각각 독립했으나, 카스피해 분쟁과 종교·국가 간 갈등을 빚어왔다. 카자흐스탄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주된 종교인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경찰은 두 나라의 종교적·국가적인 갈등이 여자 문제 등으로 폭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중앙일보(2020.04.21)

이 기사에 담긴 "두 나라의 종교적·국가적인 갈등이 여자 문제 등으로 폭발했다"? 경찰 관계자가 한 말 그대로인가? 익명의 경찰관계자는 어떤 근거로 이같이 말을 한 것일까? 아니며 기자가 그렇게 들은 것일까? 경찰은 이번에 충돌한 두 나라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의 종교를 확인한 것일까?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와 아제르바이잔 노동자의 종교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한 것일까?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기사에 담긴 위의 내용은 대체로 맞다. 그런데 카자흐스탄 국민의 70 퍼센트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른바 무슬림 다수 국가 즉 이슬람국가로 평가들 한다. 아제르바이잔  국민의 97퍼센트 정도는 무슬림이다. 역시 이슬람 국가로 일컫는다. 아제르바이잔 무슬림의 85퍼센트 이상이 쉬아 무슬림으로 구분된다. 반면 카자흐스탄 무슬림의 절대다수는 순니 무슬림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국교가 이슬람은 아니다. 세속주의 정부를 지향한다. 날 때부터 무슬림인 명목상의 무슬림도 많다.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과 아제르바이잔인

이제 다시 기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대체 두 날 출신 거주자는 얼마나 될까? 두 나라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종교적 국가적인 갈등을 포박시킬 만한 기 싸움이 일어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2월 말 기준 출입국 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34,771명, 아제르바이잔 228명이다. 이것은 장단기, 미등록 외국인 현황이 포함된 수치이다. 흔히 불법체류자로 일컫기도 하는 미등록 외국인 현황은 지역별로 정확한 인원을 계산할 수 없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인 인구 대비는 152:1에 불과하다.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2019년 12월 말 기준)을 살펴보자. 물론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 자료이다. 광주광역시 등록 외국인 기준으로 하면, 카자흐스탄인은 1,051명이고, 그 가운데 광산구 거주자가 968명으로 광주광역시 거주 카자흐스탄인의 절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 거주 등록 아제르바이잔인은 현황에 나오지 않는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출신 등록 외국인 현황은 각각 17,499명과 189명이다.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의 절반 정도는 미등록 상태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인은 거주인구도 적고, 미등록 인구도 전체 228명 가운데 39명으로 적은 편이다.

사건이 일어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인은 수십 명에 불과할 것이다. 미등록 아제르바이잔인 모두가 그곳에 거주한다고 해도 수적으로 카자흐스탄인과 갈등을 빚을 여지나 여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어떤 아제르바이잔인들과 카자흐스탄인들이 폭력 행사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갈등 관계, 종교적 갈등의 연장선에서 풀이한 것은 지나치다.

 

동아일보, 같은 나라 출신끼리 싸운 것?

동아일보(2020.04.22) 갈무리

그런데 같은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조폭영화처럼… 외국인 ‘대낮 칼부림’는 중앙일보 기사와 구별되고, 독특하다.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 카자흐스탄인과 아제르바이잔인이 싸운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인끼리 싸웠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카자흐계와 아제르바이잔계가 싸웠다는 것이다. 

A 씨와 B 씨는 모두 국적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다수 민족인 카자흐계와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다. A 씨와 지인들은 아제르바이잔계이고 B 씨와 지인들은 카자흐계이다.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여자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A 씨 지인들이 B 씨 지인들이 사귀던 여성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며 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A 씨 지인이 사귀던 여성을 B 씨 지인이 따로 만나면서 양측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이달에만 이들 사이에서 폭행사건 4건이 발생했다. - 동아일보(2020.04.22)

그런데 동아일보 기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체 인구 1890만(2019년 추정치) 정도인 카자흐스탄 국민의 절대 다수인 67.5퍼센트가 카자흐계이고, 아제르바이잔계는 0.5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이다.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 카자흐스탄 34,771명 가운데, 아제르바이잔계 인구는 얼마나 될까?

국내 거주 카자흐스탄인을 카자흐스탄의 인종 구성 비율을 적용하여 본다면, 아제르바이잔계(그것이 맞다고 한다면)의 인구는 최대치가 180여명에 불과하다. 사건이 일어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계는 수십 명에 불과할 것이다. 이들이 수적으로 절대 우위인 카자흐계와 지속적으로 물리적인 충돌을 이어갈 여지는 적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어떤 외국인 노동자 사이의 폭력 사건으로 보면 안되는 것일까? 동아일보 역시 선정적인 헤드라인이다.

같은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집단 폭력 사건 연루자 국적에 대해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매체의 정보가 맞는 것일까? 각각의 정보 출처는 어디일까? 이번 집단 폭력사건 연루자의 국적이 같은 나라라면 꼼꼼하게 두 나라 사이의 갈등 관계 배경 등을 소개한 중앙일보는 조금 미안할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렇게 구체적인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신뢰를 하여야 할지 모르는 추론까지 동원하여 카자흐스탄인의 폭력 사건을 해석하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갈등 관계, 종교적 갈등의 연장선에서 풀이한 것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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