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쌓기가 아닌 장벽을 넘어서라고 도전하는 책
장벽 쌓기가 아닌 장벽을 넘어서라고 도전하는 책
  • 김동문
  • 승인 2019.07.23 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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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버지,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 새물결플러스, 2019년
동예루살렘의 다마스커스 문 앞 광장.
동예루살렘의 다마스커스 문 앞 광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여행자로서 '분리장벽' 앞에 서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이스라엘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보안장벽' 안팎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일상을 직면한 적이 있는가? '분리장벽과 보안장벽', 같은 것을 일컫는 이름이 다른 것처럼, 현실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함과 답답함을 가진 이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책이 나왔다.

내가 개인적으로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등을 저술한 케네스 베일리 (Kenneth E. Bailey) 보다 더 선호하는 신학자가 있다. 개리 버지(Gary M. Burge)이다. 미국 시카고 휘튼 대학에서 가르쳤던(현 칼빈대) 신약교수이다. 그가 수년 전에 펴낸 책 <Whose Land? Whose Promise?: What Christians Are Not Being Told about Israel and the Palestinians.>(2013년)이 이제 한국어로 나왔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기독교인은, 이스라엘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현실을 어떻게 직면하여야 하는가?" 게리 버지 교수는 이 문제를 성경, 역사, 그리고 실제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통찰을 담아 잘 정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듣지 못하는 것> 이라는 책의 제목 그대로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면모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국가로서의 위상과 그 땅의 소유에 대한 이스라엘의 호소가 성경적 약속에 대한 호소로 강화되는 것이라면,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걸어온 삶의 기록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성경적 약속과의 연결이 이스라엘 국가 됨의 근거라면 현대 이스라엘은 예언자들이 성경적 이스라엘에게 적용했던 기준들에 의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 그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기독교 리더들과 (복음주의 측과 주류 측) 기독교 구호 단체들, (적십자나 UN, 국제사면위원회 같은) 세속 기관들이 모두 같은 불만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 정의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327쪽

개리 버지,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 새물결플러스, 2019년

개리 버지 교수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하여, 한국의 교회와 신학교 안팎에서는 제대로 듣지 못하는 현실을 진지하게 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1장의 '그 땅에 거하는 산 돌들'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해 실제적으로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삶을 서술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는 순례자요 관광객으로서 이 땅에 들어와 고작 고고학적 돌무더기나 보고 갈 때가 많다."(413쪽) "관광객들은 성지에 오면 고고학적 장소들을 보고 싶어 하고 성경의 이야기가 벌어졌던 장소에 서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런 방문은 성지의 “죽은 돌들”을 보고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416쪽)

모두 16명의 인물과 그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절대 다수의 한국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인물과 그 활동이다. 사실 선교나 비전트립을 위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땅을 방문한 이들조차 모르는 인물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교회가 존재하고 그들이 하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점령지 안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잃고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기독교인들, 특히 서방 기독교인들과 연결되고, 교제하며, 지지를 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나는 수백만 명의 서구인들이 성지에 관심을 가지고 순례 여행을 가지만 정작 이 공동체들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슬픔을 느낀다" - 464쪽

그는 신약학자답게 성경을 풀이한다. 그 땅 알기, 역사 알기로 시작하여 구약과 그 땅, 시약과 그 땅으로 차분하게 성경읽기를 펼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신학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지금 21세기 이 자리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이스라엘을 읽고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내야할 것인지를 말한다. 담담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을 담아 서술하고 있다. 얄팍하게 다른 이의 글과 정보를 짜깁기한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땅에서의 지속적인 현장 답사와 다양한 만남, 신학적 반성의 흔적 일부를 이 책에 담고 있다. 그의 신학적 사색은 현재의 자리에 울려퍼진다.

"나는 이사야와 함께하고 싶다. 나는 이스라엘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의 사명을 다시 일깨우고 싶다. 오늘날 중동에 울려 퍼져야 할 소리는 바로 이런 예언자적 목소리다. 예언이 성취되고 종말이 왔다는 종말론적 소리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길을 잃었고, 주인과 집을 망각한 황소처럼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잊었다(사 1:3). 나는 오늘날 이사야가 예루살렘에 있었다면 그의 말은 가차 없었을 것이고 목숨을 내걸고 이스라엘의 죄를 들춰내려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550쪽

이 책을 읽으면, 한국 교회의 이스라엘 읽기에 대한 실제적인 반성과 실천적인 대안을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반대가 뒤섞인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책이다.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세대주의자들이다. 이런 용어를 쓰지 않고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성경을 공부할 때 비공식적인 세대주의 신학을 따"(472쪽)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독자로서 느끼는 아주 작고 사소한 아쉬움은 있다. 책에서 인명과 지명 가운데 일부가 영어식 발음 표기로 된 것이 눈에 띄는 정도이다. 이 책이 2쇄, 3쇄를 기록하는 과정에 이 사소한 아쉬움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이 책을 많이 아껴주시고, 저자와 같은 고민을 각자의 자리에서 품어주며 좋겠다.

이 책은 여러가지 목적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과 다녀온 이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개인과 단체의 그룹 토의로 이 책을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펴낸 새물결플러스 출판사가 고맙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기꺼이 주변에 추천하고, 함께 토론하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깊게 여행하고, 그 땅을 새롭게 보고 기도와 삶으로 반응하게 될, 개리 버지의 아래와 같은 고백을 함께하게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생각이 바뀐 것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다. 역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서 이스라엘이 선택받았다는 설교를 듣고 그러한 책을 읽으면서 자라난 복음주의자로서 나는 이제 교회가 사람들을 죽이고 불의를 추구하는 중동의 정치 정책에 얽혀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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