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읽은 책
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읽은 책
  • 최소연
  • 승인 2019.07.1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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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구약편, 선율, 2018년
김동문,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구약편, 선율, 2018년
김동문,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구약편, 선율, 2018년

성서는 내게 늘 압도적이고 위압적인(overwhelming & daunting) 책이다. 시간상으로 보나 문화적 배경으로 보나 이런 느낌이 오히려 당연한것 같은데, 오히려 실제적인 거리감을 축소, 무시한 채 기존 설교나 교리적 해석을 질문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온 시간이 길다보니 익숙한 듯 알 수 없는 애매한 책이기도 하다.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을 읽으면서, 성서의 원독자들이 성서 이야기를 들으며, 가을날 경천동지 같은 순간(earth-shattering moment), 깊은 위로, 혹은 혼란,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 그 지점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이집트 신전과 너무 비교되는 성막, 너무 비교되는 제사장의 위치와 역할에 설득되지 못하고 출애굽 내내 갈대처럼 흔들린 이스라엘 백성들의 실망과 불안은 내가 감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감하는 것이었다.

삼갈의 '소 모는 막대기'와 '아낫의 아들 삼갈'이라는 은유에 담긴 비틈(twist)과 통쾌함, '밥상을 차려주시는' 하나님, 천사들을 극진히 대접한 아브라함의 환대 등, 성서 이야기가 그려내는 장면의 현실에 좀더 접근할수록 오히려 따뜻하고 실감나고 이야기의 의미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고멜의 이야기에서는, 고대 신전에서 행해진 난잡한 폭력에 대해 다른 책에서 짧게 읽었던 내용과 함께 요즘의 뉴스와도 크게 오버랩이 되어 마음이 무겁고 복잡해졌다. 그동안 호세아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으나) 짧게나마 듣고 배운 내용들을 떠올리며 뭐랄까.... 실체없는 진실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과 말풍선에 키득거리기도 하고, 그림에 한동안 눈길이 멈추어 바라보기도 하면서, 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읽었다. 딱 이만큼의 거리라면, 성서 속 세상이 말 걸어올 때 들을 수 있을것 같은데. 아직 다 거두지 못하는 레이어가 많더라도, 이 정도의 거리면 나도 부담없의 손 뻗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그만큼은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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