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胚,Embryo)
한배(胚,Embryo)
  • 배일동
  • 승인 2017.11.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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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배일동의 사진 이야기
ⓒ배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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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악용어 중에 한배란 말이 있습니다. 소리가 장단에 꽉 들어차지 않고 그저 박자만 맞추고 가볍게 떠서가면 한배가 안맞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배란 엄마가 아이를 배다할 때 배입니다. 아버지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엄마의 자궁인 토()자리에서 만나 아이가 밴다고 할 때 배()입니다. 엄마의 자궁(子宮)은 궁()자리로서 바로 오행중의 토자리 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길러내는 어머니를 대지와 같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의 모음(母音)도 땅의소리여서 모음이라 했지않나 싶습니다. 심청가 가사중에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한달 두달 이슬 맺어
석달에 피어리고
넉달에 인형 생겨
다섯달 오장 낳고
여섯달에 육부 생겨
일곱달 칠규(눈구멍2,귓구멍2,콧구멍2,1) 열려
여덟달에 사만팔천 털이나고
아홉달에 구규 열려
열달만에 찬김 받어 금강문 하달문(자궁) 고이 열려 순산허니

엄마 아버지의 음양이 엄마의 자궁에서 이슬 맺어 아이가 자라나는 한배의 생장과정이 우리국악의 장단에서 그대로 율동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달이 찰수록 한배가 자라나는 것처럼, 장단의 한배도 박에 따라 음운이 꽉차야 한배가 맞게 됩니다.

그 한배가 바로 궁상각치우의 오음 중에 궁음 입니다. 이 한배의 궁음이 삼분(三分)하면서 삼분된 수를 빼고 보태면서 나머지 상각치우의 음이 생겨납니다. 이것을 삼분손익(三分損益)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궁음은 어디에도 지우치지 않는 기본음이 되어 나머지의 상각치우 음의 가운데 자리하여 음양을 적절히 조절합니다. 그래서 기본음인 궁음을 잘못 잡으면 삼분을 해나갈 수가 없어 분수(分數)가 힘에 겨워 분수없는 음악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알맞은 궁음을 내어 112달음을 석달씩 춘하추동 사계절로 나누어서 장단이 밀고 달고 맺고 풀며율동합니다. 마치 엄마 아버지가 밀고 당긴 기운이 자궁에서 한배를 배고 맺어 열 달 만에 해산하고 몸을 풀듯이, 장단에서 한배의 밀고 달고 맺고 푸는 것이 딱 그러합니다. 이것이 바로 십이율려의 원리 입니다. 이러한 음악적원리가 현존하는 중국음악에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우리음악에서만이 율동하고 있습니다. 참 신통합니다.

*사진, 충실한 자연의 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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