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지식
제한된 지식
  • 방정열
  • 승인 2017.11.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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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 CBS
CBS 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 CBS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찬란한 빛을 발하고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듯해도 공중에 나부끼는 티끌 같은 것이 우리의 지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식을 자랑하는 것만큼 측은하고 가여운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몸속에 암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못된 습관 한 터럭도 제대로 교정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 한 가락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납덩이같은 단호한 결심도 하룻밤 사이 물처럼 녹아내려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무게를 재지 못하고, 백 미터 밖의 간판 글자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공기 속에 들어 있는 먼지의 양도 측량하지 못하며, 무릎 깊이의 물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에 대해서도 무지합니다.

이것이 포항에서 발생했던 지진을 두고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성경에는 자연재해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가르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죄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자연재해로 볼 수 있는 고통과 고난의 사건(재해)을 단순히 -심판의 구도로 읽는 방식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본문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이미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성경의 평가를 읽고서 그것이 하나님의 심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포항에서 발생했던 지진은 하나님의 심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다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도 비성경적이고, ‘하나님의 심판이다라고 단언하는 것도 비성경적인 자세입니다. 그저 입을 닫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포항에서 발생했던 지진에 대해 하나님이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시는지 한 터럭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단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진 피해자들이 하루속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며 경성하는 일에 착념하는 것이 성경적일 것입니다.

손바닥 한 뼘에 해당하는 미천한 지식으로 하나님의 신비 영역의 문을 억지로 열어젖혀 고개를 들이밀고 마치 자신이 하나님인 양 행세하려는 자세는 그리스도인들이 지양해야 할 자세 중 하나입니다. 구약의 거짓 선지자들이 그러했고, 점술사들이 그러했으며, 오늘날의 무당 목사들이 추구하는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하나님이 알려주신 것만큼만 알려 하는 것도 지혜로운 자세일 수 있습니다.

 

글쓴이 방정열 목사는 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 목사, 구약 학자. 번역가. 책 읽기와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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