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린 튼튼한 동아줄 같은 감동을 선사해 줄 책
하늘에서 내린 튼튼한 동아줄 같은 감동을 선사해 줄 책
  • 강호숙
  • 승인 2019.01.0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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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글 신현욱 그림,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선율, 2018년
김동문 글 신현욱 그림,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선율, 2018년

이 책은 30여 년 동안 중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낮은 자들을 향한 저자의 연민의 시선과 현실을 반영한 재치있는 그림이 어우러져, 구약성경 속 사회문화적 이해와 함께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이해하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다이 책의 장점은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남성의 눈으로 성경을 읽어 화려함과 성공을 보장하는 강자의 하나님을 말해온 반면에, 여성, 흙수저, 나그네, 포로, 마이너러티의 눈으로 성경을 봄으로써 이들의 빼앗긴 삶의 자리에 임하신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또한, 구약성경에 나오는 의복, 음식, 기후, 단위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약 이스라엘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를 알려줌으로써 구약성경의 인물과 일상의 삶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었던 가장 큰 통찰은 구약의 하나님과 중근동 신()들의 뚜렷한 차이였다. 그리고 이런 기독교 신관의 차이가 인간관과 밀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관의 차이를 열거하자면 첫째, 구약의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여 존귀하게 여기는 분이지만, 중근동의 신들은 자신의 신성과 영화를 위해 인간을 만들어 부려먹는 신이다. 둘째,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 그것도 가장 낮은 자를 찾아오는 신인 반면에, 중근동 신들은 인간이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신이다.

셋째,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을 만든 창조주이기에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환대하는 분이지만, 중근동의 신들은 인간을 만들었어도 인간에 대해 무지하며 인간을 위계로 줄 세우는 신이다. 넷째, 기독교 하나님의 자리는 고통받는 곳, 낮은 곳에 거하지만, 중근동 신들의 자리는 위대한 곳, 높은 곳이다. 다섯째,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에게 안식과 평화를 선물하는 신인 반면에, 중근동의 신들은 오로지 노동과 복종을 강요하는 신이었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관과 인간관이 얼마나 성경의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실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다는 건 하나님 편에서 볼 때, 높은 자나 낮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 다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인 것을. 하나님 앞에서 높은 인간, 낮은 인간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낮은 자'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은 그만큼 인간세계가 위계화되어 고통과 불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부르짖음'이 하나님께 다다랐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성경 읽기가 메마르고 싫증 나게 느껴지는 사람들, 하나님은 돈 많고 힘 있는 자들 편이라고 절망하며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하늘에서 내린 튼튼한 동아줄'과 같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은 우리의 성경 읽기가 더 낯설어야 하며 때론 모험과 저항을 감수하면서 열린 상상력으로 나아가도록 도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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