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매우 견고하고 디테일한 '구조'를 보여주는 책
창세기의 매우 견고하고 디테일한 '구조'를 보여주는 책
  • 유영성
  • 승인 2018.12.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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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K. 월키 , 캐시 J. 프레드릭스, 창세기 주석, 새물결플러스, 2018년
브루스 K. 월키 , 캐시 J. 프레드릭스, 창세기 주석, 새물결플러스, 2018년
브루스 K. 월키 외, 창세기 주석, 새물결플러스, 2018년

읽어야 들리고 보이는 것이 히브리어 성서이다.

"에트 베코라티 라카흐 베힌네 아타 라카흐 비르카티"(창세기 27:36)
את־בכרתי לקח והנה עתה לקח ברכתי

우리말로 하자면,

"내 장자권을 그가 취했습니다. 그리고 보소서. 이제 그가 내 복을 취했습니다."

이 문장을 소리를 내서 읽어보면 '베코라티''비르카티'를 양쪽에 두고 '라카흐'가 안 쪽으로 두 개 있고 그 안에 '베힌네'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즉 구조적으로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 있다.

내 장자권을
그가 취했다.(가졌다)
보소서
그가 취했다.(가졌다)
내 복을

이것을 소리를 내서 읽어보지 않으면 이 문장이 어떤 느낌의 언어유희를 가졌는가 절대로, 죽어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베코라티'는 장자의 상속권이고 '비르카티'는 축복이다. 발음이 비슷한 이 두 단어를 배치하고 그 둘을 모두 빼앗았음을 '라카흐'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에 '아타'를 넣어주는 것은 하나도 아니고 둘을, 다시 말해 나의 전부를 빼앗아갔음을 강조한다.

"쇼페크 담 하아담 바아담 다모 이샤페크"(9:6)
שפך דם האדם באדם דמו ישפך

위의 문장도 히브리어 본래의 발음대로 읽어보자. '쇼페크'(שפך)는 액체를 흘린다는 뜻이다. ''(דם)은 피다. '하아담'( האדם)은 인간이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누구든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면 그도 사람으로 인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라는 뜻이 된다.

이 역시 '쇼페크'(שפך)를 양쪽에 두고 그 안에 ''(다모, דם)을 둔다. 그리고 그 안에 '하아담'(האדם)'바아담'(באדם)을 둠으로써 인간의 상호관계성을 강조한다. 동등하면서도 서로에게 피는 피로 갚는다는 대조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 문장을 소리내서 다시 읽어보자. 아담이 강조되는 그 중심을 외곽으로 펼쳐가며 피를 흘리게 된다는 개념을 강조하는 느낌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물결플러스에 새로 나온 책, <창세기 주석>(브루스 K.월키, 캐시 J,프레드릭스 지음/김경열 옮김)은 창세기의 문학적 장르에 관한 설명을 123쪽 분량에 담고 있다. 패턴, 야누스, 수미상관, 전조 등등. 창세기를 읽고 해석하며 연구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적인 문학적 기법들을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창세기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만 이해하게 되면 스토리텔링을 하는 와중에 심각한 오류를 포함한 상상력을 집어넣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석을 보면 서론 부분만 읽어도 뚜렷이 드러나는 사실이 있다. 창세기는 실제로 매우 견고하고 디테일한 '구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다.

신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소장해야 한다. 그리고 번역상의 난해함이나 문장의 어색함 등은 역자와 편집자가 두루 손을 보아서 그런지 매우 매끄럽고 유려하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문장이다. 다만, 히브리어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군데군데 좀 골치가 아플 수는 있다는 단점은, 책의 성격이 주석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교회 목사님이나 아끼는 전도사님들에게 연말 선물 또는 새해 선물로 최고의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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