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 김동문
  • 승인 2018.12.2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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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말을 하지 않았다 - 스피노자

의심의 여지 없이 '누가한 말'로 알고서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 명언 가운데, 당사자가 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를 짚어본다.

Und wenn ich wüsste, dass morgen die Welt unterginge, so würde ich heute mein Apfelbäumchen pflanzen. (Even if I knew that tomorrow the world would go to pieces, I would still plant my apple tree.")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말이 스피노자의 말이라는 근거를 찾는 것은 거의 힘들다, 그 보다는 16세기 독일 종교개혁가인 마틴 루터의 발언임을 언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왜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다고 알려지게 됐을까. 네이버의 언론 기사 검색 서비스인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살펴보면, 경향신문(1966.07.23.) 餘滴(여적)이라는 단평란에 처음 등장한다..

"모름지기 값싼 商魂(상혼)에서만 사는 사람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고 한 스피노자의 말을 一生(일생)동안 한번쯤은 되씹어보라."

그 다음해인 1967년 동아일보(1967.01.09.) 오늘은 陽地(양지) (6) 天安(천안)꽃아저씨柳在昱(유재욱)씨 편에서, <“내일 인생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스피노자>를 인용했다.

매일경제(1969.04.16.)韓國(한국)未來(미래)” 제하의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한 위대한 철인스피노자의 말 그대로 실천한 미국의 부자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부자의 아들과 같은 행세를 하고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매체의 스피노자의 말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나의 출처에서 인용하거나, 다른 매체에 실린 것을 다시 옮겨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표현이 다른 것은 어떤 앞선 자료를 참고한 것일까 궁금하다. 그 옛날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복사하여 붙이기가 여의치 않았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경향신문)

내일 인생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동아일보)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매일경제)

 

여하튼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서만큼은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명언은 자연스럽게 진실로 자리 잡았다. 구글 검색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짚어보면 스피노자와 이른바 사과 명언을 연결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는 이 말이 스피노자의 말로 둔감된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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