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먹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삶?
나이만 먹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삶?
  • 김동문
  • 승인 2018.12.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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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티븐슨, 나이듦의 신학, 도서출판CUP(씨유피), 2018년
폴 스티븐슨, 나이듦의 신학, 도서출판CUP(씨유피), 2018년

한국 사회도, 교회 교인도 노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웰빙(Well Being), 웰 다잉(Well dying)을 넘어, 노화 방지(anti-aging)를 맞이하였다. 이제는 웰 에이징(Well-aging)을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며칠 전 낮에 60대 중반이신 선배 목사님과 만났다. 지역 교회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시고, 지금도 또 다른 다양한 영역에서 목회하고 계시다. 젊은 노년 이야기를 듣고 왔다. 어떤 모임에서는 60대가 70대를 섬기는 젊은 노인인 시대를 살아간다. 농촌 지역에서는 50대, 60대가 마을 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교인의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인 이곳의 역사 깊은 한 한인교회도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 한 권을 책을 본다.

 

1. 책장 넘겨보기 

<나이듦의 신학>, 폴 스티븐스(R. Paul Stevens) 교수님의 책이다. '일의 신학'으로 널리 알려지신 분이다. 그 책에 낮에 들었던 것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몇 개의 하위 범주로 나누어진다. 60~69세는 젊은 노년층(young-olds)’이고, 70~79세는 고령 노년층(old-olds)’에 속한다. 그리고 80세 이상은 최고령 노년층(oldest-olds)’으로 분류된다."

나는 스스로 질문하도록 돕는 책을 좋아한다. 그런 가르침의 방식을 선호한다. 꼰대 기질을 넘치게 발휘하는 개인이나 가르침은 불편하다. 일방적으로 정답을 알려달라며 게으르고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버겁기만 하다.

저자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독자에게 질문을 안겨주고, 함께 그 질문에 반응하고자 애쓰는 그 태도가 좋다. 책에서 제시한 성경 공부를 할 때도 이 주제에 관해 성경은 뭐라고 말한다.’라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성경 텍스트에 관해 각자가 스스로 질문을 품어 보고 내 삶에 유용하게 적용할 만한 답을 찾아가면 된다. 고 조언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반갑고 고맙다.

많지는 않지만 이런 이야기도 공감 가득 다가온다.

의약품 상자에 작은 병들이 점점 더 많아질 때. 해마다 발이 손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 오후에 잠에 빠질 때. 관절이 시릴 때. 더 이상 밤에 운전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 한쪽 발에는 갈색 신발을, 다른 한쪽 발에는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고, 신발장에도 갈색 신발과 검은색 신발이 한 짝씩 있을 때.  p. 95

위의 항목 중 몇 가지에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공감(동의)을 하고 있는가이 내용은 나이 80세에 바라보다(The View from Eighty)에서 말콤 카울리(Malcolm Cowley)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당신이 늙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아재개그는 한국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2. 저자의 마음 읽기

저자는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나이가 들면 영성이 고양되고 인생을 초월하거나 관조하는가? 특별히 나이드는 것과 관련해 미덕이나 악덕이 있는가? 노년에 영적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영적 훈련이 따로 있는가? 우리의 유산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모두가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 누구도 이 질문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통해 또다시 다음 생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이 세상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선한 일인지 묻게 된다. 이 모든 질문은 책에서 자주 다루게 될 것이다."

 

3. 살짝 살펴보기

눈길을 끄는 장이 있다. 5"나이듦의 악덕" 이 그것이다. 꼰대 기질이 충만한 앞뒤 꽉 막힌 어떤 노년을 쉽게 떠올린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화(聖化)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꼭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p. 124).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악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라틴어). 교만(superbia), 시기(invidia), 분노(ira), 태만(acedia), 탐욕(avaritia), 탐식(gula), 음욕(luxuria)" (p.123) 7가지 작은 주제를 따라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 가운데 노인의 음욕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노년에는 성욕이나 성적 교감 능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인들은 성욕이 전혀 없거나 성적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 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p.137) 

8장에서는 인생 돌아보기와 인생 미리 보기를 언급한다. 노인에게 미리 보아야 할 인생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무엇을 알하고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4. 더 깊게 볼 준비하기 : 홀로 또 같이

이 책은 구성이 맘에 든다. 그리고 장마다 질문거리를 안겨주어 개인, 그룹으로 같이 이야기 나눌 거리를 안겨준다. 연관된 성경을 장마다 소개한다. 그래서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를 갖고 개인, 또는 그룹으로 성경 공부도 가능하다각 장에서 제시하는 생각거리, 나눔 주제는 개인 또는 그룹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이 그 가운데 담겨 있다.

노인 세대를 교회와 세상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하면 어떤 이점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 도전이 되는가? p.42

대부분의 성경 시대에는 기대 수명이 약 40세였다. 따라서 이 장에서 우리는 먼저 성경이 실제로 나이듦의 과정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p.69

당신의 교회에 있는 노년층 성도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사역의 주체인가, 아니면 사역의 대상인가? 왜 그러한가? p.88

당신이 아는 노인들에게 일곱 가지 죄악이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라. p. 143

 

5. 이 책은

이 책을 읽는데, 뜬금없이 가짜뉴스 퍼 나르고, 태극기부대 활동에 열심인 어떤 어르신들을 떠올렸다. 특히 5장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은 이 어르신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주요 관심사 가운데 먹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교회를 살리고 한국 사회를 지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자 하는 그 마음 속 갈망도 이해할 여지를 얻었다.

이 책은, 노령화되어 있는 해외 한인교회와 한국 교회의 장년, 젊은 노년, 노년 교인들에게 좋은 읽을거리, 나눔거리, 보람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깔끔한 디자인에 섬세한 내용, 그리고 독자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반응하도록 격려하는, 저자가 자신과 말과 마음을 섞을 수 있도록 여백을 제공하고 배려한다. 소명과 영성으로 채워진 채 살아내는. 건강한 나이듦이 무엇인지를 살아가는 80세의 저자 폴 스티븐스 교수의 태도가 책에 넘쳐난다.

그의 삶이 그의 고백과 고민이 고맙다. 나도 나이만 처먹지 않고 나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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