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4400년 전 '유일무이'한 무덤 발견"이라고?
[팩트체크] "4400년 전 '유일무이'한 무덤 발견"이라고?
  • 김동문
  • 승인 2018.12.1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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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보도 천천히 읽기 - BBC 방송의 보도

중동에 거주하던 시절, 외신 기사가 눈길을 끌때면, 외신 기사에 대한 '팩트 체크' 한 적도 적지 않다. 외신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 잘못된 번역으로 인한 사실 왜곡에서부터 의도된 왜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기도 했다. 사실 주요 외신은 현지 언론인을 자사의 기자, 특파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현장 취재한 것을 본사에서 파견나온 이들이 재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외신 기사는 참고 자료일 뿐이었다.

그래서 한국 언론이 인용한 외신 기사와 또다른 외신 기사에 대한 1차 확인과 비교, 검토, 질문하기 등은 국제면 기사를 읽는 내가 취하던 기본적인 절차였다. 국제 뉴스의 발생 -> 외신 보도 -> 국내 언론 보도(인용 또는 특파원 보도 등) 등의 기본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간다. 아쉽지만 국제 뉴스가 한국 특파원의 보도를 통해 먼저 보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파원 조차도 현지에서 직접 취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현지 주요 언론 중 영자 신문 보도나 보도자료, 외신 기사를 참고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집트에서 발견한 4,400년전 고대 무덤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그때 연합뉴스나 뉴시스 등의 보도는 물론 영국 BBC 등의 보도도 읽었다. 번역상의 문제는 물론 급하게 기사화 하면서 확인하지 않은, 즉 기사 작성자가 뭔지도 모르고 기사를 쓴 티가 역 다. 물론 그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었다. BBC 한국어판 기사를 다시 읽는다.

"이집트에서 4400년 전 '유일무이'한 무덤 발견' / 20181216일자 
Egypt tomb: Saqqara 'one of a kind' discovery revealed / 15 December 2018

'유일무이'한 무덤으로 해석할 것이 전혀 아니다. 'a kind'의 뜻은 '(보존상태가) 좋은 하나의 무덤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유일무이'한 무덤 발견"이라는 제목부터가 오역이다.

이집트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인 고고학자들이 4400년간 보존된 새로운 무덤을 발견했다. 이 무덤은 당시 고위 성직자의 무덤인 것으로 추정된다.
Archaeologists in Egypt have made an exciting tomb discovery - the final resting place of a high priest, untouched for 4,400 years.

'고위 성직자' 라는 표현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고위 제사장 또는 '대제사장', '대사제'으로 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Ancient Architects Channel
이집트 문화재최고위원회 사무총장 모스타파 와지리 ​ⓒAncient Architects Channel

이집트 문화재위원회 모스타파 와지라 사무총장은 이번 발견이 "지난 10년간 유일무이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Mostafa Waziri, secretary-general of the Supreme Council of Antiquities, described the find as "one of a kind in the last decades"

'the Supreme Council of Antiquities'에 대하여 한국 언론은 '이집트문회재 최고위원회' 또는 '이집트고미술최고위원회'등으로 제각각 해석하고 있다. 같은 매체인데도 기사 작성자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기 조차 한다.

사무총장 'Mostafa Waziri''을 '모스타파 와지'로 적은 것은 오타이다.

'지난 10년간 유일무이한 발견'이라는 해석은 "one of a kind in the last decades"에 대한 오역이다.

카이로와 사카라 무덤 지역 지도. Mit Rahina 지역이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 놉(오늘날 멤피스)이다. Google Maps
사카라 무덤 지역 지도. Mit Rahineh 지역이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 놉(오늘날 멤피스)이다. ⓒGoogle Maps

 

카이로 인근 사카라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이 무덤은 형형색색의 이집트 고대문자와 파라오 동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The tomb, found in the Saqqara pyramid complex near Cairo, is filled with colourful hieroglyphs and statues of pharaohs.

'카이로 인근 사카라 피라미드'는 역사 1차적인 오역이다. 사카라 무덤 지역은 5,200년전 고대 이집트 통일왕국의 수도였던 멤피스(성경 속의 놉)의 무덤 지역으로, 이집트 고왕국의 제3왕조 시대의 조세르(Djoser, BC 2665~BC 2645)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있어서, '계단식 피라미드 구역'이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을 사카라 피라미드로 번역할 수는 없다. 사카라 피라미드 지역 정도로 옮기는 것이 적절했다. 

ⓒAncient Architects Channel

'이집트 고대 문자'라는 표현과 '파라오 동상'이라는 번역이 문제이다. 영문판에는 '형형색색의 상형문자들'(colourful hieroglyphs)로 적혀있다. 이집트 상형문자는 그야말로 고유한 표현이다. 그냥 '고대문자'라고 옮길 이유가 없다. 친절하게 번역했다면 원문에 없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정도로 적는 것도 궨찮았을 것이다.

'파라오 동상들'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문제점을 담고 있는 오역이다. 하나는 '동상'이라는 표현이다. 보도 내용 어디에도 동상은 보이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 신전이나 무덤 어디에도 동상은 세우지 않았다. 석상은 존재했다. 화강암 등 돌이나 석회암 바위를 깍아서 만들거나 고부조, 저부조 형태로 새긴 조각상은 석상일 뿐이다.

'파라오 동상들' 이라는 표현은 'statues of pharaohs'라고 적은 BBC 보도 자체가 잘못 보도한 것이다. 무덤 안에는 이집트 왕실 사제의 고부조 형태의 석상은 보이지만, '파라오의 형상(들)'은 보이지 않는다.

무덤 주인은 왕실 성직자 와흐티에의 것으로 추정되며 그의 어머니와 아내 및 친척들도 함께 있었다
Decorative scenes show the owner, a royal priest named Wahtye, with his mother, wife and other relatives.

'왕실 성직자'라는 한국어 번역 표현이 주는 모호함은 여전히 아쉽다. '왕실 제사장' 또는 '왕실 사제' 정도가 적절한 해석이 아니었다 싶다.

'왕실 성직자 와흐티에'는 '와흐트예'의 오타이다.

'새겨진 장면들은 (무덤의) 주인을 보여준다'(Decorative scenes show the owner)는 부분은 한국어판 기사에 빠져있다.

고고학자들은 16일부터 무덤 발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석관을 비롯해 추가 발견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rchaeologists will start excavating the tomb on 16 December, and expect more discoveries to follow - including the owner's sarcophagus.

'석관을 비롯해'라고 적고 있지만, "(무덤) 주인의 석관(들)을 포함한"(including the owner's sarcophagus)을 번역하지 않았다.

위와 같이 BBC 한국어판 "이집트에서 4400년 전 '유일무이'한 무덤 발견"(2018-12-16) 기사에는 수많은 오역과 오해가 담겨있다. 전체적으로 BBC 한국어판 기사를 올린 이는 영문 원문에도 충실하지 않았고, 오역도 적지 않게 담았다. 독자들은 이집트에서 4,400년전 고대 대사제의 무덤이 발굴된 것이 무슨 큰 뉴스인가, 그것을 왜 이렇게 정밀하게 다시 읽어야 하는가 의아해할지 모른다. 이 기사는, 우리가 접하는 외신 기사는 물론 인용하거나 활용한 국제면 기사들 안에 크고 작은 오해와 왜곡이 존재하는 것을 짚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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