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욱] 내가 뽑은 올해의 책
[정한욱] 내가 뽑은 올해의 책
  • 정한욱
  • 승인 2018.12.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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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한번 해보고 싶어하는 따라쟁이인 저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올해의 책 10권을 꼽아 보았습니다. 이미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에 한정했습니다. 선정기준은 항상 같습니다. (1) 평신도 -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아 평신도도 충분히 읽고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책 (2) 망치 - 한국의 평균적인 그리스도인이 지니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 (3) 삶의 자리 - 2018년 한국교회의 삶의 자리에서 시의성과 적실성이 있는 책입니다. 선정하고 보니 한국저자의 책이 많네요. 참고로 작년에 꼽았던 10권의 책도 함께 실어 보았습니다. 딱 한권을 꼽으라면 앤드류 월스의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을 들겠습니다.

정한욱
정한욱

2018년 올해의 책

1. (김용규, ivp)
2. 가장 많이 ....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김진호 외, 글항아리 펴냄)
3. 신학자의 과학 산책 (김기석, 새물결플러스)
4. 바울과 현대철학 (김성민, 새물결플러스)
5. 선교란 무엇인가 (존 스토트/크리스토퍼 라이트, ivp 펴냄)
6.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 (앤드류 월스, ivp)
7.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최종원, 홍성사)
8. 세속성자 (양희송, 북인더갭)
9.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백소영, 뉴스앤조이)
10. 인권옹호자 예수 - 성경과 성소수자 (김지학 , 생각비행)

 

위에서 언급한 2018년 올해의 책 10권에 대해 조금 자세한 소개를 덧붙입니다. 제가 이미 읽었거나 읽고 있는 기독교 서적에 한정했고, 선정기준은 항상 같습니다.  (1) 평신도 -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아 평신도도 읽고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책, (2) 망치 - 한국의 평균적인 그리스도인이 지니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 (3) 삶의 자리 - 2018년 한국교회의 삶의 자리에서 시의성과 적실성이 있는 책입니다. 선정하고 보니 한국저자의 책이 많네요. 올해의 책 중 딱 한권을 꼽으라면 앤드류 월스의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을 들겠습니다.

1. 신 (김용규 지음, ivp 펴냄)

독일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여러 인문 교양서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의 기독교의 신 개념은 히브리인들의 ‘종교적 신 개념’과 그리스인들의 ‘존재론적 신 개념’을 종합한 것이었으며, 21세기의 기독교인들에게는 포스트모던적인 ‘작은 이야기’와 근대까지의 ‘큰 이야기’를 종합해 지금까지의 신 이야기를 보다 온전한 담론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노변에서 정담을 나누는 듯한 편안한 목소리로 서양의 신학과 문명을 "신"이라는 코드로 탁월하게 풀어낸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이다.

2.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김진호 외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02년에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 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열 번의 강좌를 글로 풀어 엮어낸 책. 이 책의 글쓴이들은 십계명이 농민대중을 ‘법의 백성’으로 호명함으로서 말과 통치의 새로운 주체로 세우려는 정치적 기획의 일환으로 요시야 시대에 편집 · 반포되었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우리 시대의 맥락과 무관한 경직된 의미로 해석되어왔던 교회의 십계 독법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21세기의 한반도라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십계 항목 하나하나와 새롭게 대면시켜 재해석한다. 다양하고 풍성한 현대 성서학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3. 신학자의 과학 산책 (김기석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과학신학자인 저자는 성공회대학교에서 “과학과 종교”라는 제목으로 행한 강의를 묶어 발간한 이 책에서, 과학의 역사와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서부터 현대 물리학이나 진화론과 신학의 대화를 거쳐 인공지능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신학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이슈들을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크게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미래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학의 파괴력을 통제하는 도덕적 능력이 필수적이며, 바로 이 점에서 사랑과 희생의 삶을 보여주신 그리스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신학과 과학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한 최고의 입문서다.

4. 바울과 현대철학 (김성민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현대철학 연구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니체나 하이데거에서 칼 슈미트나 벤야민을 거쳐 바디우 · 아겜벤 · 지젝 ·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철학을 위한 사례로 바울을 ‘사용하는’ 저명한 현대 사상가들의 핵심적인 논지와 주장을 요약해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 철학자들의 바울 사용은 신학적 기획이라기보다 바울의 급진성을 철학의 언어를 통해 재현하는 정치철학적 기획에 가깝지만, 배타적이고 게토화된 기독교 신학이 스스로를 갱신하고 동시대의 담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바울 사용’을 포함해 당대의 철학과 학문이 제시하는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읽기에 쉽지 않다.

5. 선교란 무엇인가 (존 스토트/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ivp 펴냄)

선교학의 다섯 가지 중요한 주제인 선교 · 복음 · 대화 · 전도 · 회심에 대해 한 세대 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균형 잡힌 이해를 제시했던 존 스토트의 고전 『현대기독교 선교』에 그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시대에 맞게 해설하고 비평한 내용을 덧붙여 완성한 일종의 확대개정판. 로잔 언약과 케이프타운 선언의 입안자로 세대를 이어 로잔 운동을 끄는 핵심적인 지도자로 활약한 두 사람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논의는, 단순히 두 거장의 개인적인 견해를 넘어 로잔 언약과 케이프타운 선언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그 자체로 복음주의 선교 운동과 신학의 발전 과정과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6.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 (앤드류 월스 지음, ivp 펴냄)

“세계 기독교”라는 미답지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우리 시대 최고의 선교 역사가이자 선교학자인 앤드류 월스의 통찰력 넘치는 글을 모은 책. 저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무한한 번역 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기독교는 지속적으로 문화의 벽을 넘고 끊임없이 ‘재번역’되어 왔으며, 동심원 형태로 확장되는 타종교와는 달리 순차적으로 중심점이 이동하는 형태로 퍼져나갔다고 말한다. 또한 비서구권 그리스도인들의 숫자가 서구권보다 훨씬 많아진 “세계 기독교”의 시대에 서구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의 유일한 ‘표준’이나 ‘모범’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꼽는 올해 최고의 책이다.

7.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최종원 지음, 홍성사 펴냄)

VIEW에서 지성사와 교회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초대교회가 당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담고 있던 문화적 혈통적 인종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관용,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결과 세계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지만, 제도화의 교리화, 그리고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의 타협 과정에서 독선적이고 배타적으로 바뀌면서 역동성을 상실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성장과 번영으로 비대해진 후 더 이상 타자를 관용하지 못하는 한국교회도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 타자에 대한 포용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21세기 한국 기독지성인의 눈으로 '새롭게 읽어낸' 초대교회사라 할 수 있다.

8. 세속성자 (양희송 지음, 북인더갭 펴냄)

2013년부터 가나안 성도를 위한 ‘세속성자 수요모임’을 이어오면서 기독교 신앙 전반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온 저자는 현실세계에 성벽을 쌓아 안팎을 성과 속으로 구분하고 이를 분할통치하는 방식은 결코 작금의 한국 기독교가 맞은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의 개인성’과 ‘거룩의 시간성’을 회복한 채 성벽 바깥에서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인 세속성자(a secular saint)라고 주장한다. 크지 않은 분량 안에 오랫동안 ‘기독교 세계관’과 ‘가나안 성도’ 현상에 깊이 천착해 온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탁월한 통찰, 진정성 있는 제언까지 잘 담아낸 내공 깊은 책이다.

9.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백소영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 

자신을 ‘30년된 페미니스트’로 소개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상 존재했던 다양한 페미니즘의 흐름과 기독교 페미니즘의 대표적 패러다임들을 소개한 후, “의심의 해석학”을 포함한 여러 해석의 도구를 통해 여성의 눈으로 ‘재구성된’ 신학과 성경 읽기의 다양한 예를 제시한다. 저자는 하나님 안에서 보편에 참여하려면 생물학적 남자도 페미니스트여야 하며, 여성들은 ‘초월성’과 ‘보편성’이라는 기준 아래 권위를 가지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전통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믿는 페미’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나려는 남녀 독자들이 반드시 휴대해야 할 최상급의 ‘페미니즘 지도’가 담긴 탁월한 입문서다.

10. 인권옹호자 예수 - 성경과 성소수자 (김지학 지음, 생각비행 펴냄)

미국에서 인권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흔히 성소수자 차별의 근거로 쓰이는 성경구절들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살피고, 성소수자에 대한 흔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당사자들의 경험과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차분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성경과 예수의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소수자와 약자와 함께했던 예수의 삶을 따르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한번쯤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을 만한 좋은 입문서다.

정한욱
정한욱

2017년 올해의 책

1.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김근주, 성서유니온)
2, 성서,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브 펠리칸, 비아)
3.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권연경, 뉴스앤조이)
4. 기독교역사 속 술 (성기문, 시컴뮤니케이션)
5. 중동선교의 시작과 끝을 묻다 (김동문, 대장간)
6.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우종학, 새물결플러스),
    
창조론 연대기 (김민석, 새물결플러스)

7.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박흥식, 21세기 북스)
8. 포스트휴먼 신학 (장윤재, 신앙과지성사)
9. 종교신학 강의 (정재현, 비아)
10. 기독교 교리 핸드북 (브루스 밀른, IV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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