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의 정경원 같은 후임이 있다면.
이국종의 정경원 같은 후임이 있다면.
  • 임종구
  • 승인 2018.11.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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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골든아워 1

이국종의 골든아워를 읽으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중증외과팀의 이국종, 김지영, 정경원이 교역자 팀처럼 느껴지면서 이국종의 절제된 서술 속에서 담임목사의 자리와 그 품격이 전해져와 동질적 고통이 전이되었다. 목회도 응급진료도 이국종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이국종이라는 담임목사가 있으면 정경원 같은 부목사가 있어야 하고 김지영 같은 전도사가 있어야 한다. 인요한, 허의원 같은 장로가 있어야 한다.

KBS 대화의 희열(이국종 교수 편) 방송(2018.11.10) 갈무리

이국종(49)골든아워 1’을 자신의 후임 정경원(37)에게 헌정한 것을 보며 마음이 짠해져 온다. 나도 언제가 그 어느 책에 후임의 이름으로 헌정사를 쓰고 싶다.

"교수님, 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거면 됩니다. 큰 욕심 없습니다."

정경원의 이 같은 고백 속에서, 오늘 모든 디모데들이 가져야 할 목회자의 고백을 본다. 그리고 그가 차가운 응급실의 바닥에서 올렸을 기도를 생각해 본다.

이른 새벽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정경원의 나지막한 통성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하루도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뜻이 환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주시고, 제가 하는 일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나는 정경원의 신심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를 돕는 것이 내 몫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자각했다. 내 인생에서 정경원 같은 사람은 만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2010년 내내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시간 내에 정경원이 어디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외상외과 의사로 성장할 수 있게 수련시켜 부산대학교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외상외과 의사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업인 것 같았다.”

KBS 대화의 희열(이국종 교수 편) 방송(2018.11.10) 갈무리

그래, 먼저 내가 이국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경원, 김지영(47) 같은 후배가 나오는 것이고, 인요한(59), 허의원 같은 장로가 나오는 것이다. 한 사람의 품격, 한 사람의 결단, 한 사람의 생애가 가져올 아름다운 변화를 골든아워에서 느꼈다. 오늘도 응급실 까운을 입는 심정으로 수술대에, 아니 강단에 올라야겠다. 그리고 이국종과 정경원처럼 그렇게 교역자들과 친구처럼 캐치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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