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존경할 만한 판검사와 변호사가 있었나
우리에겐 존경할 만한 판검사와 변호사가 있었나
  • 권오재
  • 승인 2018.11.2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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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법률가들, 창비, 2018년
김두식, 법률가들, 창비,2018년

 

지난 3년 여간 그를 만날 때마다 쓰고 있다는 책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한 법관의 평전으로 시작이 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의 폭과 깊이가 한 개인의 삶을 넘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홍수에 둑이 터지듯,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다 그가 살았던 시대를 살피게 되고, 그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오늘까지의 이야기가 그를 덮쳐온 듯했다.

내가 그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느꼈던 것은 시냇가를 건너려던 그가 스스로 바다를 향해 나아갔으며, 그 바닷속에서 역사의 퍼즐을 하나라도 더 찾고 맞추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거였다. 누구도 정밀하게 살펴보거나, 관심을 갖지 않은 일이기에 정말 고생스러운 하루하루라는 게 느껴졌다.

처음 이야기를 들은 이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쓰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이 책이 나오기는 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는데, 결국 그는 바다를 건넜다. 그것도 맨몸으로.

“거칠게 평가하자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전반적으로 그런 시대였고 어느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그를 법학자로만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이 바다를 건너면서 역사학자이기도, 심리학자이기도, 사회학자이기도, 문화 인류학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의 이 한마디가 비단 법조인들만의 문제겠는가. 여기에 우리의 역사와 사회, 인간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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