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은 유적지가 10만 곳이 넘는 그야말로 고대 문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문명의 땅이다. 요르단에 살던 시절 종종 발굴 현장을 구경 가기도 하고, 발굴 책임자를 만나기도 했다. 표지판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3천년도 더 넘는 유적을 찾으면서,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싶었다.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 보도(2018년 11월 20일자))가 눈길을 끈다. 핵심은 3천700년 전 오늘날의 사해 북쪽 상공에서 운석이 폭발했고, 그로 인해 그 당시 2천500년 이상 존속하던 고대 청동기 문명이 흔적만 남긴 채 그냥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고고학적 증거라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주목받는 발굴 장소는 성경에 모압 평지로 알려진, 사해 북쪽, 여리고 맞은 편에 자리한 텔 엘-함맘 유적지이다. 요르단의 대표적인 청동기시대 유적지이다. 요르단의 최남단 홍해변 아카바에서 시작되는 남북을 잇는 주요 교통로가 요단계곡(지리학 명칭으로 ‘고르’(Ghor)로 부른다. 이 요단 골짜기는 북쪽으로 골란고원에서 흘러내리는 야르묵 강까지 갈릴리 호수에서 내려오는 요단강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모압 평지는 이 요단 골짜기의 중간 지점(Middle Ghor)에 자리하고 있다.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은, 현장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과 초고온 상태에서 결정체가 된 광물 연구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문득, 텔 엘-함맘 유적지 주변을 답사하던 기억이 새롭다. 주변 산지는 철 성분이 많이 함유된 돌이 많은 곳이다. '와디 자디드'로 부르는, 요르단에서 두 번째로 고인돌이 몰려 있는 곳이다. 암만 근교에서 시작되어 요단강으로 이어지는 시냇물이 흘러가는 곳이기도 하다. 고인돌을 집과 창고로 활용하며 그곳에 거주하던 광야 유목민, 농경민의 삶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