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
목사공부
  • 유영성
  • 승인 2018.11.22 0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섭, 목사공부, 새물결플러스, 2017년
정용섭, 목사공부, 새물결플러스, 2017년

목사,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불같은 소명은 아니지만,

삶이 말해주는, 증명해주는 소명이 있는가?

목사공부정용섭 목사님의 책이다. 작년 427일이 이 책이 태어난 날이다. 나오는 책마다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이 책만큼은 좀체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느낀 감상 때문이었다.

나는 고3 때 목사가 되겠다고 기도했다. 이유는 뚜렷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너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설교면 설교, 행정이면 행정, 리더십도 있고 잘생긴 분이었다. 사모님과 자녀들의 능력도 출중했다. 그야말로 내겐 인생 모델이었다. 나중에는 못된 장로 한 사람이 강대상까지 뛰어 올라와 그 목사님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일이 벌어진 후 교회가 두 쪽이 나 뿔뿔이 흩어졌고 나도 그 교회를 나와 다른 교회로 옮겨가며 신앙의 성장이 잠시 멈춘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겐 그 목사님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훨씬 많았기에 본보기라는 내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는 신학대학교를 다녔고 졸업을 1년 앞둔 어느 날 그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동안 연락처를 몰랐었는데 갑자기 온 연락에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는 한번 만나자고 하셨다. 만나보니 목사님은 예전의 내가 존경하던 그 목사님이 아니었다. 뭔가 세상의 냄새가 많이 났다. 게다가 술도 마셨다. 그리고 내게 다짜고짜 다단계 사업에 관심이 있느냐며 자신이 하는 사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분에 대한 환상을 모두 걷었다. 인간적으로는 연민도 느껴졌고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본보기로 삼았던 목회자라는 면에서는 더 이상의 기대를 접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만났던 많은 목사님은 내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군종병으로 지내며 잠시 인연이 있었던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님만이 내게는 귀한 목회자로, 인격자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전이 있고 소명이 확실한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내겐 목사라는 직분이 내가 지금 되지 못해서 남아 있는 미련에 더하여 아픈 기억들이 더 많다. 다들 성장하고 싶어 했고 가르치고 싶어 했으며 설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분들이 하는 일의 열매는 직접적인 결과로 드러나기에는 너무 시일이 오래 걸렸고 도중에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또는 직업처럼 목사로 살아가는 분들도 있었고, 삶인지 사역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태로 하루하루 매 주일을 보내는 목사님들도 많았다.

목회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건 아직도 여전하다. 유명한 목사들이 많고 성공적인 목회라는 원칙들도 있다. 그리고 많은 목사가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듯 달려간다.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를 길을 말이다. 그게 때로는 고난이 되기도 하고 사명이나 의무가 되기도 한다. 목회는 종합예술이라는 세속적인 말로 모든 불합리와 부조리를 덮어버리려는 목사님도 만나보았다. 그러면서도 그 소소한, 때론 커다란 불합리와 부조리 속에서도 틈 사이에 보이는 진정성도 발견하게 된다. 참 복잡한 존재가 바로 목사가 아닌가 싶다.

이 책 목사 공부를 쓰신 정용섭 목사님은 먼저 소명이란 것부터 따지고 들어간다. 그 소명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가를 논한다. 모두에게 다르게, 그러나 한 분에게서 오는 그 소명의 진정성은 소급하자면 목사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맞다.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불같은 소명은 아니지만, 삶이 말해주는, 증명해주는 소명에 대해 강조하는 정용섭 목사님의 담담한 언어는 책을 들고 놓지 못하게 만든다.

목회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본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학문만 한 신학자가 아니라 실제 목회 현장을 잘 아시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실제로 써낸 글이다. 나는 비록 목사가 아니지만 내가 여전히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들께 권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