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 정재경
  • 승인 2018.11.22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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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포이에마, 2018년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에두아르트"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는데, 저자 소개를 조금만 봐도 그가 바르트와 친밀한 교제를 누렸고 함께 변증학적 신학을 연구하고 전파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보면, 바르트다운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하나님은 하나님이시고 인간은 인간이다!"일 것입니다.

이 책은 치밀하게 하나님과 인간의 틈을 전달하면서 그렇게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 가운데 인간에게 은혜가 임할 수 있는 것은 "절망"이라고 역설적 복음을 전파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백치, 죄와 벌, 카라마조프네의 형제들을 미리 읽으시거나 같이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더 될 것 같습니다.

에두아르트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죄인, 광인, 백치를 통해서 하나님과 인간의 투쟁, 그 구원을 그려내면서 종교, 교회, 사회 제도라는 거짓 안정을 적극적으로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오직 신 앞에서 인간이 참으로 절망할 때, 신을 참으로 신으로 대하고, 서로를 죄인이라는 연대 안에서 재발견한다고 고함치는 것 같습니다.

" 이것이 이반 카라마조프다. 도스토옙스키는 종교 그리고 교회와 씨름하면서 그 안에 감춰져 있는 반역, 즉 하나님에 맞서는 인간의 반역과 씨름했다. 이반 카라모즈프는 총체적으로 볼 때 이 격렬한 씨름을 의미하는 인물이다. 무시무시한 싸움이 지난 후에 드디어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깨달음의 정점이 드러난다. 그제야 분명해진다이편은 이편이고 저편은 저편이라는 것, 인간은 인간이고 하나님은 하나님이라는 것이! 그제야 인간의 모든 프로메테우스적인 욕망이 간파되고 무너져 내린다(125)."

"형제들이여, 인간의 죄 때문에 놀라서 뒤로 물러서지 말라, 비록 죄를 지으며 살고 있더라도 인간을 사랑하라, 이것이야말로 하나님 사랑의 형상이니라. 인간적이고 긍정적인 모든 것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상대적인지가 철저하게 간파될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결정적으로 낫다고 생각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일을 통해서 죄인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올 때가 있다그때가 되면, 인간이 이렇듯 예외 없이 불안정한 존재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서로 경계하고 배척하는 일이 의미를 상실한다. 그때가 되면 모든 바리새주의가 끝난다. 그곳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재발견한다. 그리고 죄의 연대라는 큰 연결고리 안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재인식한다(130~131)."

"하나님의 사람은 종교와 교회라는 위험하고 애매한 영역의 한복판을 지나 온갖 유혹과 시험이 그치지 않는 외로운 길을 걸어간다(142).“

긍정의 언어로 가득 차버린 우리의 예배, 모임 가운데, 이런 복음의 절망, 질문이 더 생기길 기대해봅니다. 긍정어, 추상어, 반복어에 지쳤다면, 바르트를 좋아한다면, 키에르케고르를 좋아한다면, 복음의 진지한 충고가 필요하다면, 그런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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