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
  • 정한욱
  • 승인 2018.11.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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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플래너리, 자연의 빈자리, 지호, 2003년
팀 플래너리, 자연의 빈자리, 지호, 2003년
팀 플래너리, 자연의 빈자리, 지호, 2003년

『자연의 빈자리』는 한때 서구인들에게 목격되었으나 1500년에서 1999년까지 지난 500년 사이에 멸종되어버린 포유동물과 새, 그리고 파충류 중 박제나 표본으로 보존되어 있거나 실물 묘사가 가능할 만큼 정확히 알려진 103종의 동물을, 화가인 피터 샤우텐이 생동감 넘치는 실물 크기의 그림으로 복원하고 친구인 환경생물학자 팀 플래너리가 그 동물의 분포와 생태, 목격담, 마지막 목격시기, 추정되는 멸종 원인까지를 포함하는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엮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기나긴 진화의 시간으로 보자면 모든 종은 멸종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기 마련이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멸종 속도가 너무 빨라 생태계 전체가 안정을 잃었던 여섯 차례의 대멸종 중 마지막이 5만 년 전 인류가 그 요람인 아프리카로부터 지구 표면 전체로 퍼져나가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16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인들에 의한 비서구 지역의 탐험과 정복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유발된 이 대멸종은 워낙 파괴적이어서 “우리는 가장 거대하고 가장 사납고 가장 기이한 생명체들이 막 사라져버린, 동물상이 빈약한 세계”에 살고 있다.

이 멋진 책은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이자,

망각의 홍수 속에서 그들을 건져낸 종이로 만든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짧은 시간 동안만 목격되었지만 서구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도도새나 길이가 8미터에 달하는 스텔라바다소처럼 인간들의 무차별한 사냥에 의해서 멸종된 종들도 있다. 그렇지만, 훨씬 더 많은 동물들이 곰쥐나 고양이와 같은 외래종의 침입이나 조류말라리아와 같은 외래질병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의 증가나 인간 행동양식의 변화, 교역망의 확대와 인구의 이동, 경제발전과 이에 따른 생태계의 훼손 등으로 인해 서구 중세의 페스트나 아메리카 대륙의 천연두, 현대의 에이즈와 같이 이전에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던 병원체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이 손쓸 새도 없이 대량으로 죽어갔던 인류 역사의 경험과 동일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저자들이 4년간에 걸쳐 빈자리를 남기고 사라진 동물들의 흔적을 찾아 세계의 박물관과 옛 그림들과 남겨진 모든 기록을 뒤져가며 탄생시킨 이 멋진 책은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이자, 망각의 홍수 속에서 그들을 건져낸 종이로 만든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다. 충분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답고 기념비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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