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약함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강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약함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 하창완
  • 승인 2018.11.2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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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완 목사의 큐티목소리나눔 - 고후 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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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자기 고백

바울은 고리도교인들에게 섭섭했던 마음, 상처받은 마음을 다 내려놓고 마음을 크게 열기로 작정합니다(11~13절). 그는 어린아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듯 자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가 겪었던 일들은, 매 맞고, 옥에 갇히고, 난동 부림을 당하고, 굶주림과 잠 못 잔것과...' (4~5절) 

우리는 이런 구체적 사건들을 사도행전 속에서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완전 모험인 것 같습니다. 바울이 이렇게 자기가 당한 일들을 늘어놓을 때, 고린도교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들이 기대했던 뭔가 멋진, 이름 있고 위풍당당해 보이는 교사상하고는 거리가 먼, 연약하고 볼품없고, 어디가나 제대로 먹거리도 못 챙겨서 굶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꼴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도 마음을 열고 여러분을 대하니, 여러분도 마음을 열고 내 말의 그 다음을 깊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요청합니다. 그런 외적인 환경 속에서 나의 내면은 이러했노라. 순결, 지식, 인내, 친절, 성경의 감화, 거짓 없는 사랑... (6~7) 이었다고 말입니다.

 

이런 외적인 상황과 나의 내면이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이제 바울의 자기 인식, 자기 고백 중에 이만큼 고귀하고 위대한 대목이 없을 것 같은 대목이 이어서 펼쳐집니다(8~10절). 위대한 역설이죠. '이름 없는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죽는 사람 같으나 살아있고, 가난한 사람 같으나 모든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내가 말입니다.'

이 위대한 역설은,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엄청나게 큰 부요함과 능력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바울은 이 선물을 누렸고, 또 우리가 이 모든 걸 같이 누릴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눈을 열어주셔서 하나님을 보게 하시고 ..., 엡 1:15~).

바울 시대나 우리 시대나 세상은 강해야 살아남는 곳인데, 바울은 이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강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약함으로 살아가기

이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부부관계셨습니다. 수많은 부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싸우고 힘들어하고 울고, 같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현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바울의 이 고백 앞에서 가만 생각해보니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이기기 휘해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서로의 약함을 보듬어주고, 그 약함 속에 녹아있는 하나님이 새롭게 새록새록 자라게 해주시는 빛나고 거룩한, 고귀함을 발견해서 격려하고 세워주기 위해 결혼했죠. 부부싸움에서 진다고 내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설령 이번 싸움의 시작점에서 배우자가 잘못했다손 치더라도, 그게 내 자존심을 할퀴고 지나갔을지라도 바울처럼 마음을 넓게 하고 많이 참으며 그를 위해 내가 져주는 가운데 내 속에 새롭게 창조해주시는 넉넉하고 부요하고 찬란한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거죠,

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삶이 비까번쩍한 성공한 사람일 거라는 착각을 버리는 거죠. 바울처럼 때론 가난하고, 때론 무시당하고, 때론 질고와 병으로 고통당하고, 뭐,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부자로 살 수도 있고, 건강하게,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산다는 것을 외적인 모습으로만 평가하지 말자는 말씀!!

내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바울이 남긴 위대한 역설을 내 속에서 경험하며 살 수 있기를, 가난하게 살지만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 때론 풍족하게 살지만 가진 것에 매이지 않고 그 모든 게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겸손하게 사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위대한 역설을 살아가려면무엇보다도 내 안에 하나님나라의 내공, 인격적 성숙이 절실히 필요함을 다시 깊게 새기게 됩니다. 세상은 강한 사람을 좋아하고, 강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스스럼없이 나의 연약함을 열어 보여줄 수 있는 용기, 그 여유로움이 바로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의 내공인 거죠. “네가 나를 비웃어도 조롱해도 무시해도 난 사라지지 않아. 내 존재, 자존감의 근거는 바로 하나님이시니까.”라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살아갈 때, 가능한 일이구요. 나아가 이게 내 성품과 인격으로 녹아있어야 구체적 상황(무시당하거나 고난당할 때) 속에서 바울처럼 넉넉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죠. 자. 이제 우리 하나님나라의 성품, 그 내공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봅시다.

 

글쓴이 하창완 목사는 부산의 맑은물교회 담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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