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의책과일상 - 궁극의 답: 하나님의 임재
김영웅의책과일상 - 궁극의 답: 하나님의 임재
  • 김영웅
  • 승인 2018.11.2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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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복있는사람, 2016년
김기현,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복있는사람, 2016년

아주 드물게 일어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건. 때론 자연법칙을 거스르기까지 하지만, 늘 불분명한 원인과 분명한 결과를 가지는 사건.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신비한 사건을 우린 감히 기적이라 부른다. 기적을 통하여 두 번째 삶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큰 감동을 준다. 그들에게 기적은 곧 새로운 생명인 것이다. 그러나 기적이 생명이 아닌 죽음을 의미할 때가 있다. 바로 고난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다. 고난과 고통을 겪는 자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 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자에게는 고난이 오히려 기적이 된다. 이렇듯, 어쩌면 기적은 우리가 정의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결코 주관적이지 않은 기적이 있다.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하나님 나라가 바로 그것이다. 악한 자의 형통, 선한 자의 고통, 그리고 분명 존재하지만 침묵하시는 하나님. 역사적으로 이 딜레마는 급기야 하나님을 변호한다는 신정론을 탄생시켰고, 수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연구 주제가 되어 왔다. 이 책의 주요 본문인 하박국에서의 하박국도 그랬다. 한 개인이면서도 예언자로 부름 받았던 하박국도 처음에는 의심과 항변으로 일관했다. 자기 민족은 고통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격인 바벨론은 번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배후에는 이스라엘을 선택하여 만민에게 복을 전하고자 아브라함을 부르셨던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박국은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인격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곧 잠잠해졌으며, 종말론적 승리의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고통을 노래하기에 이른다. 고난의 교과서, 욥기의 욥도 그랬다. 영문도 모른 채 겪었던 그의 불가항력적인 재앙과 친구들의 정죄와 판단에, 욥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하나님께 항변했다. 그러나 끝내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인격적으로 맞이하고 난 후, 욥의 하나님을 향한 신뢰는 더욱 견고해지게 되고 급기야 하나님을 찬양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김기현 목사도 마찬가지다.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 안에서 교인을 통하여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고, 도대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깊숙한 고난과 날카로운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내면서도, 어느 날 찾아온 하나님의 임재로 인하여 감사와 용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한다. 그리고 노래한다.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렇다. 시공간을 초월함은 물론, 개개인의 편차를 넘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객관적인 기적은 하나님의 존재요 임재다. 이 부인할 수 없는 기적에 하박국도 욥도, 그리고 김기현 목사도 깊은 영혼의 회복을 경험하고 정금같이 단련되어 고난과 고통의 경계를 넘어서고 자신을 넘어서서 노래하기에 이른다. 고통을 노래하는 그리스도인. 난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본다.

이 책에는 저자 김기현 목사가 체험한, 생생하지만 절제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는 하박국에 자신을 대입시킨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삶의 불공평에 하박국처럼 의심하고 항변하다가, 마침내 하박국처럼 하나님을 다시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고, 모질게 겪어왔던 고통을 끝내 하박국처럼 노래하게 된다. 그는 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가 겪은 고통이 극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 책 자체가 그저 건조한 또 하나의 하박국서 주해에 머물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 이 책은 학문적, 시대적, 역사적 고찰을 통한, 책상에서 만들어진 하박국서 강해가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실제로 경험하고 그에 대한 답의 근원인, 오래되고 객관적이며 변치 않는 기적인 '하나님의 임재'로 인하여 하나님을 노래하는 데까지 체험한, 실제 삶의 현장에서 쓰여진 또 한 사람의 하박국이자 그리스도인의 진심 어린 고백이다.

그러므로 우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실제 삶을 쉽게 연결시킬 수 있으며, 저자를 통하여 하박국을 우리 고난의 삶 한 가운데로 소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그가 내린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 고난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이자 창조적으로 살아내야 할 현실이며, 하나님을 믿고 예배하며 기도하고 찬양해야 할 신비라고 말이다. 고난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이 책에서는 하박국서 해설의 옷이 되어주지만, 우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처럼 하박국이 되기도 하고 욥이 되기도 한다. 하박국와 욥, 그리고 저자의 경험은 결국 우리 자신의 경험과 겹쳐지기 때문에,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보편적인 메시지까지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고난에 직면할 때 - 하박국서의 순서에 맞춰 - 하박국처럼 의심하고 항의하고, 고난을 내팽개치지 말고 오히려 부둥켜안고 믿음의 눈으로 고난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단,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믿음이 항상 의심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놓치지 않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섣불리 고난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난의 원인이 중요하기 보단 고난의 의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통에 아파하는 이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하나님도 다름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께서 아픔을 느낀다는 점은 그분의 본성이요 본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자가 말한 대로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울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멀찌감치 서서 문제 해결사로서만 존재하는 전지전능하신 차가운 능력자가 아닌, 나와 함께 눈물을 흘리시는 따뜻한 공감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고난 자체가 축복은 아니지만 고난은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단, 요셉처럼 고난에 창조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역할에 그 결과가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스도인과 하나님의 관계는 고난이 아닌 믿음에 의해 정의되므로, 고난 너머를 가리키는 하나님말씀을 믿고 의지하여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그 어떤 고난도 반드시 지나간다는 믿음, 온전한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기다리고, 그 하나님 약속을 믿고 신뢰하고, 그날이 오기까지 신실하게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고난 당하는 중에 고난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일 수도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에서 기독교 복음의 정수인 '대속적 고난'을 월터 윙크가 간파했던 '구원하는 (구속적) 폭력'과 비교하며 강조한다. 체제 속에 스며든 구조적 악은 남을 희생양 삼아 나 자신의 구원을 이루는 일을 도모하지만, 그리스도의 대속적 고난은 나를 희생하여 남을 구원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들의 고난의 본질은 타인을 위한 고난인 셈이다. 그러면 남은 물론이며 결국 나도 살리는 고난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서 고난의 의미란 머리만이 아닌 가슴과 손과 발로써 비로소 타인의 아픔에 동참하는 자가 되며, 그렇게 함으로써 고난을 통한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죄 없는 분이 우리 인간이 겪어야 할 고난을 대신 짊어지신 것처럼, 나 역시 나의 구원을 넘어 타인의 구원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말씀은 곧 타인의 아픔을 대신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고난 당하는 중에 고난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믿음의 선진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고난은 이미 가시화된 기적인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어쩌면 그럴 때 비로소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 회복되어지는 은혜가 임하며, 고난과 고통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적은 이미 주어졌다. 새로운 기적은 없다. 그리고 그 기적은 과거에 발생했지만 현재에도 유효하고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임재. 우리에겐 그 기적 아닌 기적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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