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메시아로 돌아가셨다
예수는 메시아로 돌아가셨다
  • 유영성
  • 승인 2018.11.14 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hrist Before Pilate, Mihaly Munkacsy
Christ Before Pilate, Mihaly Munkacsy(1844~1900)

요한은 대제사장 안나스에게 예수가 재판을 받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고 마가/마태는 그 밤에 전체 산헤드린의 재판을 말하고 있다. 누가는 아침에 산헤드린의 재판과 심문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한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학자들 일부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바르다고 한다. 밤부터 시작된 재판이 새벽까지 이어졌다는 합리적 추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산헤드린이 예수의 재판에 관여된 것을 근거로 당시 유대 사회에서 산헤드린의 법적 기능을 제시한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만 이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설교하는 목사에게 이런 복잡한 당시 유대 사회의 체계나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산헤드린과 예수의 관계 안에는 틀림없이 로마 정부와 유대 지도층 간의 정치적 관계라는 역학이 없어서는 안 되고 그의 죽음이 단순한 죄 사함의 영역에서만 머물 수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이런 정황을 이해하는 목사의 설교는 예수를 단순하게 감상적인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고 십자가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그럴듯한 상상력에 의존해 자기 죄의 참상에 대한 매우 감상적인 고백만 끌어내면 그 카타르시스(catharsis) 같은 자기 고백의 일시적 효과로 인해 잠시 각성하고 환기된 확신에 매달리다 곧 시험이라는 근거도 제대로 없는 어떤 공격으로 인해 그 확신이 흔들리는 무한반복의 신앙의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감성적 회개에 매몰되어 일종의 자기 확신적 고백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다. 불교에 귀의한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 기독교인들보다 더 열심히 사리탑을 돌 수 있다. 정성으로 치자면, 또한 도덕적 삶으로 보자면 불교도나 유교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기독교인보다 못하겠는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은 넉넉히 드러난다.

윤리적 삶과 자기만족의 신앙이 가진 폐단이 이런 것이다. 내면화된 구원의 확신은 진정한 것이 아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은 성경을 열심히 읽었을 때 나타나는 어떤 깨달음의 경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게 아니라 메시아로 죽은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자꾸 우리가 십자가를 고통과 직결시켜 감상에 치우치는 것을 돌이키고자 함이다.

예수의 죽음은 메시아의 죽음이다. 그가 어디서 죽었느냐를 놓고 구약적 맥락을 찾아 강조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구약에서는 나무에 달려 죽는 것 자체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비약하지도 않는다. 그 맥락은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사실에 있다. 예수는 저주를 받아 죽은 것이다. 그 저주는 죄에 대한 심판이고 그 심판은 죽음이라는 엄중하기 이를 데 없는 형벌로 드러난다. 예수는 바로 그렇게 죽음이라는 심판을 형벌로 받은 것이다. 십자가는 그 형벌의 중요성을 가리면 안 된다.

왜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죽은 자라는 의미보다 메시아임에도 불구하고 죽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가? 그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예언된 자가 맞다면, 그는 메시아여야만 한다. 구세주여야만 할 것이다. 그 구세주가 인류를 구원하는 방식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는 무죄한 자로 죽었다. 그 죽음의 방식에 몰입되어 감상적이기만 한 우리에게 그의 죽음은 눈물보다는 번쩍이며 내리치는 번개처럼, 피 흘리는 장면보다는 하늘을 향해 "왜 나를 버리십니까?"라고 질문하는 대속자의 절규가 더 드러나야 한다.

목에 걸고 귀에 걸며 성경에 써 붙이는 십자가는 너무 빈약한 상징이 되고 말았다. 그 십자가가 활활 불타서 늘 우리 곁에 있는 상징이 아닌 바에야 다 무슨 소용인가? 마음에 표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마음에 표를 받으려면, 십자가가 아니라 메시아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는 데까지 우리의 기도가 깊어져야 한다. 거기서 출발하는 믿음은 도덕적이냐 윤리적이냐 하는 일반적인 갈등을 넘어서는 강력한 삶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예수는 메시아로 돌아가셨다! 아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