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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취재 없이 타 매체 기사 '옮겨쓰기' 많아
김정은 건재 기사, 여전한 베껴쓰기 경쟁
2020. 05. 03 by 김동문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2020.05.02) 갈무리

김정은 사망설이 퍼지던 시점에, 그가 다시 전세계 뉴스에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국내 매체는 신속하게 관련 보도를 이어간다. 김정일 사망설, 와병설, 식물인간설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어떤 이들은 물론 매체는 이전의 지나친 추측성 보도와 '설'을 확장한 것에 대해 돌아봄이 안보인다. 김정은 관련 보도는 이번에는 베껴쓰기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 1차 자료에 대한 확인은 없다. 앞서서 보도한 매체의 내용을 옮겨쓰고 있다. 그저 하나의 뉴스 거리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만 같다.

 

1차 출처는 조선중앙방송 또는 조선중앙통신?

아래의 보도를 보면 묘한 것이 보인다. BBC는 정보 출처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 매체 가운데는 BBC 보도를 인용하면서, BBC가 조선중앙방송을 인용하여 보도했다고 말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료 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열린 준공식에 김 위원장이 등장하자 공장의 사람들이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BBC 뉴스(2020.05.02)

Kim Jong-un has appeared in public for the first time in 20 days, North Korean state media says. KCNA news agency reports that the North Korean leader cut the ribbon at the opening of a fertiliser factory. It adds that people at the factory "broke into thunderous cheers of hurrah" when he appeared on Friday. - Kim Jong-un appears in public, North Korean state media report BBC News(2020.05.02)

뉴스1(2020.05.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일 긴급 속보를 냈다. BBC는 조선중앙방송을 인용해,김 위원장은 노동절이었던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0일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 BBC "김정은 20일만에 공개활동"…트럼프 사망설 답변 거부(상보) 뉴스1(2020.05.02. 06:48)

 

조선중앙방송은 2일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준공식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 [속보] 사망설 김정은,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김여정이 수행 중앙일보(2020.05.02 06:15 수정 2020.05.02 08:45)

 

베껴쓰기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은 다른 매체이다. 하나는 방송사이고, 다른 하나는 통신사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2020.05.02) 갈무리
뉴스를 전하는 리춘희 아나운서,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2020.05.02) 갈무리

BBC 뉴스 Kim Jong-un appears in public, North Korean state media report는 조선중앙통신(KCNA)을 인용보도했다고 자신의 기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한국 매체는 BBC 뉴스를 인용하는 경우에도 조선중앙방송을 1차 출처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매체는 BBC 뉴스를 확인하고, 1차 출처인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확인한 다음에 보도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떻게 이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가? 단순하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은 2일 오후 3시쯤 김 위원장의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여 소식을 14분 분량의 편집 영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 조선중앙라디오 방송을 듣고 기사를 작성한 것일까? 그랬을 개연성은 적다.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 갈무리(2020.05.02)

아래의 한국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서로 베껴쓰기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사실 확인하지 않고 앞선 보도 내용 베껴쓰다보니 잘못된 것도 그대로 번진다. 출처 표기 오류는 기본이다.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중앙방송 내용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에서 말하지만,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날 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전했다. - 사망설 김정은 20일만에 공개활동…北, 보란듯 사진 21장 공개  중앙일보(2020.05.02 06:15 수정 2020.05.02 08:45)

         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전했다. - 20일 만에 모습 드러낸 김정은…“준공식에서 테이프 끊었다”  국민일보(2020.05.02 06:19 수정 2020.05.02 08:41)

연합뉴스(2020-05-02)

조선중앙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전했다. - '사망설'김정은, 20일만에 공개활동…어제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종합) 연합뉴스(2020-05-02 07:00)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 갈무리(2020.05.02)

조선중앙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보도했다. - 김정은, 20일만에 나타났다...김여정 데리고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조선일보(2020.05.02 06:47 | 수정 2020.05.02 08:56)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은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의 잘못된 표기이다. 이 틀린 것조차 여타 매체가 한 글자도 달리하지 않고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첫문장을 '방송' 대신에 '조선중앙방송'으로, 마지막 문장의 마무리 수식어를 '전했다'를 '보도했다'로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

동아일보 갈무리(2020.05.02)

           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전했다. - 북한, 김정은 잠적 20일만에 첫 공개활동 보도 동아일보(2020-05-02 06:11 | 수정 2020-05-02 06:49)

 

조선중앙통신(2020.05.02)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이 전세계근로자들의 국제적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되였다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2020.05.02)

방송은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장에 나오셨고, 몸소 준공테이프를 끊으셨다”고 했다. 이어 “전체 참가자들은 탁월한 영도로 주체적인 비료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변을 안아오시고 자립경제 강화를 위한 혁명적 대진군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리며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사망설 김정은 20일만에 공개활동…北, 보란듯 사진 21장 공개  중앙일보(2020.05.02 06:15 수정 2020.05.02 08:45)

방송은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장에 나오셨고, 몸소 준공테이프를 끊으셨다"고 했다. 이어 "전체 참가자들은 탁월한 영도로 주체적인 비료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변을 안아오시고 자립경제 강화를 위한 혁명적 대진군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리며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다"고 했다. - 김정은, 20일만에 나타났다...김여정 데리고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조선일보(2020.05.02 06:47 | 수정 2020.05.02 08:56)

방송은 이어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장에 나오셨고, 몸소 준공테이프를 끊으셨다”며         “전체 참가자들은 탁월한 영도로 주체적인 비료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변을 안아오시고 자립경제 강화를 위한 혁명적 대진군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리며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20일 만에 모습 드러낸 김정은…“준공식에서 테이프 끊었다”  국민일보(2020.05.02 06:19 수정 2020.05.02 08:41)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 갈무리(2020.05.02)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준공식장에 나오시였다전체 참가자들은 탁월한 령도로 주체적인 비료공업발전에서 새로운 전변을 안아오시고 자립경제강화를 위한 혁명적대진군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시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리며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올리였다. - 조선중앙통신(2020.05.02)

 

국민일보 뉴스 갈무리(2020.05.02)

방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완공된 공장을 돌아보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인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농업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 고지를 점령하는 데 전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순천인비료공장은 당 정책 절대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공사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 사망설 김정은 20일만에 공개활동…北, 보란듯 사진 21장 공개  중앙일보(2020.05.02 06:15 수정 2020.05.02 08:45)

방송은 또      김 위원장이 완공된 공장을 돌아보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인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제는 우리 농업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 고지를 점령하는 데 전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순천인비료공장은 당 정책 절대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공사 참여자들을 치하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 20일 만에 모습 드러낸 김정은…“준공식에서 테이프 끊었다”  국민일보(2020.05.02 06:19 수정 2020.05.02 08:41)

                        김 위원장은 공장을 돌아보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인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고 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보도했다. - 김정은, 20일만에 나타났다...김여정 데리고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조선일보(2020.05.02 06:47 | 수정 2020.05.02 08:56)

조선중앙텔레비죤 뉴스(2020.05.02) 갈무리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훌륭히 일떠선 공장의 전경을 바라보시면서 우리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로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린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이제는 우리 농업근로자들이 마음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고지를 점령하는데 전심할수 있게 되였다고, 순천린비료공장은 당정책절대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하시면서 전체 건설자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의 위훈을 높이 평가하시였다. - 조선중앙통신(2020.05.02)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언론은 외신을 인용하면서도 저지른 잘못 옮겨적기 또는 오해하기가 보인다.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실제 확인하고 적은 것으로 보기 힘든, 틀린 문장까지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은 그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 보도의 1차 자료가 다른 매체의 보도 내용일 뿐이라면 그것은 아쉽다. 1차 출처에 대한 사실 확인, 1차 자료에 담긴 내용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언론은 누군가의 말을 단순하게 전달해주는 확성기여서는 안된다. 홍보지여서도 안된다. 취재와 기사 작성과정에 누군가의 말 자체도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그 당연한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의 단순 인용하기, 단순 전달하기, 베껴쓰기 등의 나쁜 버릇은 김정은 관련 보도에서도 그 민낯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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