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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Check
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는, 과장된 보도 덕분?
2018. 05. 25 by 김동문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 한국 언론 보도에서 1차 자료에 대한 오역이나 의도된 왜곡의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잘못된 보도에 바탕을 둔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 정책 결정의 예도 보곤 한다. 그런데 그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급작스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공개서한을 마주하면서 당황스러웠다. 이 공개 서한이 치밀하게 사전에 기획되고, 계획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급작스런 변수에 따른 민감하거나 즉흥적인 반응이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 기사를 보면서 혹시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난 24일의 성명서를 보도한 미국 언론의 성명서 이해가 적절했는가이다.

더힐은 최 부상의 원색적인 발언이 결정타였고, 이를 전해들은 트럼프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고 전했다. 최 부상은 24(한국 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알아야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관리는 최 부상의 발언을 간밤에 전해들은 트럼프는 침착하게 대응했고, 밤새 고민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2018.05.25. 09:49)

조선일보 기사가 인용한 더 힐은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North Korea's statement calling Vice President Pence a "political dummy" and threatening the U.S. appeared to be a breaking point for Trump. The president first saw the comments last night and "he took it in stride, he slept on it," according to the official. - the Hill (2018.05.24 15:52 EDT 한국 시각 2018.05.25. 16:52)

BBC 한국어 방송도 동일한 맥락의 보도를 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를 두고 "아둔한 얼뜨기"라면서 외교가 실패할 경우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2018/05/24)

외신들이 인용한 성명서 영문 번역은 주로 AP가 번역하여 올린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최 부상의 성명서에서, 이런 식으로 마이크 펜스 대통령 자신을 비난하거나 조롱한 것일까? 북한어와 영역된 본문 사이에는 미묘한 정서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21일 미국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At an interview with Fox News on May 21, US Vice-President Pence made unbridled and impudent remarks that North Korea might end like Libya, military option for North Korea never came off the table, the US needs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 and so on.

무지몽매한이라는 표현도 외신이 가장 많이 직접 인용했다. ‘무지몽매하다는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영어 번역은 무엇일까? ‘ ignorant and stupid’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일까?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As a person involved in the US affairs, I cannot suppress my surprise at such ignorant and stupid remarks gushing out from the mouth of the US vice-president.

명색이 유일초대국의 부대통령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좀 알고 대화흐름과 정세완화기류라도 어느 정도 느껴야 정상일 것이다.
If he is vice-president of “single superpower” as is in name, it will be proper for him to know even a little bit about the current state of global affairs and to sense to a certain degree the trends in dialogue and the climate of détente.

가장 문제가 되는 표현이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가장 적절하게 옮긴 표현이 ‘what a political dummy he is’이면 족한 것이었을까?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We could surmise more than enough what a political dummy he is as he is trying to compare the DPRK, a nuclear weapon state, to Libya that had simply installed a few items of equipment and fiddled around with them.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서 전문과 AP통신 등이 인용 보도한 번역문을 같이 올린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에 이어 이번에 또 부대통령 펜스가 우리가 리비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력설하였는데 바로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
Soon after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Adviser Bolton made the reckless remarks, Vice-President Pence has again spat out nonsense that the DPRK would follow in Libya’s footstep.

그런데 이 엄연한 현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In view of the remarks of the US high-ranking politicians who have not yet woken up to this stark reality and compare the DPRK to Libya that met a tragic fate, I come to think that they know too little about us.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To borrow their words, we can also make the US taste an appalling tragedy it has neither experienced nor even imagined up to now.

펜스는 자기의 상대가 누구인가를 똑바로 알지 못하고 무분별한 협박성발언을 하기에 앞서 그 말이 불러올 무서운 후과에 대해 숙고했어야 하였다.
Before making such reckless threatening remarks without knowing exactly who he is facing, Pence should have seriously considered the terrible consequences of his words.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It is the US who has asked for dialogue, but now it is misleading the public opinion as if we have invited them to sit with us. I only wonder what is the ulterior motive behind its move and what is it the US has calculated to gain from that.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We will neither beg the US for dialogue nor take the trouble to persuade them if they do not want to sit together with us.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여하에 달려있다.
Whether the U.S. will meet us at a meeting room or encounter us at nuclear-to-nuclear showdown is entirely dependent upon the decision and behavior of the United States.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다.
In case the US offends against our goodwill and clings to unlawful and outrageous acts, I will put forward a suggestion to our supreme leadership for reconsidering the DPRK-US summit.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표현과 이헤의 차이가 자칫 당사자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을 만들어 내고, 갈등을 불러 일으키거나 조장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소동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되고 계획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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