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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 한국 언론 보도에서 1차 자료에 대한 오역이나 의도된 왜곡의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잘못된 보도에 바탕을 둔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 정책 결정의 예도 보곤 한다. 그런데 그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급작스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공개서한을 마주하면서 당황스러웠다. 이 공개 서한이 치밀하게 사전에 기획되고, 계획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급작스런 변수에 따른 민감하거나 즉흥적인 반응이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 기사를 보면서 혹시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난 24일의 성명서를 보도한 미국 언론의 성명서 이해가 적절했는가이다.
더힐은 최 부상의 원색적인 발언이 결정타였고, 이를 전해들은 트럼프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고 전했다. 최 부상은 24일(한국 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알아야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관리는 “최 부상의 발언을 간밤에 전해들은 트럼프는 침착하게 대응했고, 밤새 고민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2018.05.25. 09:49)
조선일보 기사가 인용한 더 힐은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North Korea's statement calling Vice President Pence a "political dummy" and threatening the U.S. appeared to be a breaking point for Trump. The president first saw the comments last night and "he took it in stride, he slept on it," according to the official. - the Hill (2018.05.24 15:52 EDT – 한국 시각 2018.05.25. 16:52)
BBC 한국어 방송도 동일한 맥락의 보도를 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를 두고 "아둔한 얼뜨기"라면서 외교가 실패할 경우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2018/05/24)
외신들이 인용한 성명서 영문 번역은 주로 AP가 번역하여 올린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최 부상의 성명서에서, 이런 식으로 마이크 펜스 대통령 자신을 비난하거나 조롱한 것일까? 북한어와 영역된 본문 사이에는 미묘한 정서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21일 미국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At an interview with Fox News on May 21, US Vice-President Pence made unbridled and impudent remarks that North Korea might end like Libya, military option for North Korea never came off the table, the US needs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 and so on.
‘무지몽매한’이라는 표현도 외신이 가장 많이 직접 인용했다. ‘무지몽매하다’는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영어 번역은 무엇일까? ‘ ignorant and stupid’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일까?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As a person involved in the US affairs, I cannot suppress my surprise at such ignorant and stupid remarks gushing out from the mouth of the US vice-president.
명색이 《유일초대국》의 부대통령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좀 알고 대화흐름과 정세완화기류라도 어느 정도 느껴야 정상일 것이다.
If he is vice-president of “single superpower” as is in name, it will be proper for him to know even a little bit about the current state of global affairs and to sense to a certain degree the trends in dialogue and the climate of détente.
가장 문제가 되는 표현이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가장 적절하게 옮긴 표현이 ‘what a political dummy he is’이면 족한 것이었을까?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We could surmise more than enough what a political dummy he is as he is trying to compare the DPRK, a nuclear weapon state, to Libya that had simply installed a few items of equipment and fiddled around with them.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서 전문과 AP통신 등이 인용 보도한 번역문을 같이 올린다.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표현과 이헤의 차이가 자칫 당사자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을 만들어 내고, 갈등을 불러 일으키거나 조장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소동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되고 계획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