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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 학기중에 5차례 진행된 퀴즈에 대해 오해한 듯
[팩트체크] 조국 부부, 아들 온라인 시험 대신 봐줘 A학점?
2020. 01. 02 by 김동문
중앙일보
중앙일보(2020.01.01)

[기사 수정 2010.01.03 06:00] 지난 해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3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장은 총 58쪽으로, 12개의 혐의를 조 전장관에게 적용했다. 이를 “조국 부부, 아들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봐줘 A학점” 등의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 내용에 눈길이 간다. 이런 제목과 기사 내용만으로 보면, 조국 전 장관 내외가 아들의 시험 부정에 참여하고, 그 덕에 아들이 A학점을 부당하게 얻은 것으로 믿게 한다.

조 전 장관 부부는 2016년 11~12월께 2회에 걸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는 아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혐의를 받는다. 중앙일보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는 그해 11월 1일 시험 시작 무렵 아들에게 “준비됐으니 시험 문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아들은 객관식 문제 10개로 구성된 온라인 시험문제를 촬영한 사진을 아이메시지(i-message)를 통해 전송했고, 부부는 시험문제를 각각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다시 전송했다. 아들은 전송받은 답을 온라인 시험지에 기입한 뒤 답안을 제출했다. 12월 5일 두 번째 시험도 수법은 같았다. 이때는 아들이 "시험을 또 치니 대기하고 있어달라”고 연락했고 조 전 장관 부부는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e메일로도 시험지를 보내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 중앙일보(2020.01.01)

한국일보(2020.01.01)
한국일보(2019.12.31)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와 함께 2016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아들 조모씨가 수강 중이던 과목인 ‘민주주의에 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의 온라인 시험 문제 답안을 함께 작성했다. 당시 아들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게 온라인 시험 문제를 전송했고, 조 전 장관 부부가 답안을 함께 작성해 아들에게 다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조 전 장관 아들은 A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 행위가 “조지워싱턴 대학에 대한 업무방해”라고 결론냈다. - 한국일보(2019.12.31)

국민일보(2020.01.01.)
국민일보(2020.01.01.)

지난 12월 31일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 다니던 아들의 온라인 시험에 제한시간이 있는 점을 감안해 부부가 구체적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객관식 10문항을 절반씩 나눠 조 전 장관은 중간부터 끝까지, 아내 정경심 교수는 맨 위에서 중간까지 풀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던 조 전 장관 아들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시험 문항이 열리자마자 이를 촬영·캡처했다. 이를 메신저와 이메일로 부모에게 보냈고, 부모가 전송하는 정답 숫자를 답안에 입력했다. - 국민일보(2020.01.01)

 

기초 사실 확인

이같은 언론 보도에 담긴 검찰의 주장이나 혐의 적용은 어느 만큼 적절한 것일까? 이 주장을 조지워싱턴대의 자료 등을 통해 살펴보자. 

화요일, 목요일에 진행된 수업 : 기사에서 언급한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은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개설되고, 진행되었다. 3학점 과목인 이 수업은 매주 주 화요일과 목요일 2:20~3:35분 사이에 진행되었다. 3학점 3시간 수업 과목인 것이다. 담당 교수는 Geoffrey P. Macdonald 교수였다. 그는 2015년 가을학기부터 2017년 봄 학기까지 2년간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에서 가르쳤다.

조지워싱턴대 누리집 갈무리

이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에 담긴 주장을 짚어보자. 서울과 워싱턴DC의 시차는 한국이 14시간 앞선다. 해당 과목의 수업 시간을 한국 기준 시각으로 전환하면, 수요일과 금요일 새벽 4:20~5:35분이다.

시험과 퀴즈 : 기사에서 '온라인 시험'으로 언급하는 시험은 '퀴즈'라고 부르는 것으로, 학기 중에 때때로, 아니면 정기적으로 치루는 간단한 시험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는 다른 성격의 것이다. 그것은 퀴즈의 목적이 정답율을 성적에 반영하기 위한 것인지,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이해하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서도 성격이 다르다. 해당 학기에는 모두 5번의 퀴즈가 진행되었다. 이것은 기말시험이나 중간 시험하고는 무관하다. 2016학년도 조지워싱턴대의 가을 학기의 학사 일정은 아래와 같다. 기말 시험 일정은 아래의 표에 나오는 것처럼, 사이였다. 물론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시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워싱턴대 누리집 갈무리

퀴즈, 성적 반영율 낮아 : 그리고 해당 과목의 수강자와 강의 계획서 등에 따르면, 퀴즈 결과의 반영 비율은 높지 않았다. 퀴즈는 해당 학기에 5번 실시되었고, 출석율 등을 더해 성적의 10 퍼센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은 레터 규격 5쪽 분량(1000~1200자 분량)의 에세이(소논문) 2편, 250자 분량의 서평(잡지나 신문 기사 등을 읽고서 제출하는) 2편, 기말 시험, 수업 참여도를 확인하기 위한 출석, 학기중 격주로 치루는 5번의 퀴즈 등이다. 이 가운데 소논문 두 편과 기말 시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80 퍼센트이고, 2편의 서평이 10 퍼센트, 수업 참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출석과 수업 중의 토론 참여도, 퀴즈 반영율이 10 퍼센트 정도였다.

교수 평가 사이트 갈무리( https://www.ratemyprofessors.com/)

이런 것을 고려하면, 언론에 보도된 것이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것 그대로라면, 검찰의 그런 혐의가 사실이라고 할 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두 번의 퀴즈 성적은 최대치로 잡는다고 하여도 전체 성적의 2 퍼센트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이 A 학점을 취득했다는 해당 과목의 성적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이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들은 해당 수업이 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것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이라고 할때, A 학점 취득과 온라인 시험이라고 지목하는 퀴즈 결과가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과목 온라인 시험 규정은 ‘수업 노트나 관련 서적을 제외한 외부 자료나 도움 없이 수강생이 단독으로 응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어긴 조 전 장관 부부의 행위는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2019.12.31)

또한 아래와 같은 검찰의 추론은 해당 과목의 수업 진행과 관련하여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시험', '부정행위', A학점 취득' 단어나 개념을 통해,  “그간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이 사안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한국일보(2019.12.31)고 강조하고자 하는 검찰의 추론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시험 부정행위 범죄일?

실제로 온라인 시험에 직간접적으로 조 전장관 내외가 도움을 주었다면, 조지워싱턴대의 학사규정 등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른바 부모찬스, 아빠 찬스 등을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검찰이 제기하는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사실 확인은 필요하다. 검찰이 제기한, 조 전장관 내외의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혐의 사항을 짚어보자.

(2) 2016. 12. 5.경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계속하여, 피고인들은 2016. 12. 5.경 미국에 있는 마○으로부터 ‘오늘 오후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하니, 모두 대기하고 있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시험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다가 마○ 대신 그 문제를 풀어 답을 보내주면 마○이 그 답을 기입하는 방법으로 위 온라인 시험에 임하기로 마○과 모의하였다.
피고인들은 같은 날 오후경온라인 시험 시작 무렵 마○에게 ‘준비되었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되,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메일로도 보내라’고 지시하였고, 마○은 피고인들에게 위 온라인 시험 문제(객관식 총 10문항)를 촬영한 사진을 이메일과 아이메시지를 통해 전송하였다. - 검찰의 공소장 내용 중

부정 시험 의혹을 제기하는 공소장에 적혀있는 것으로 보이며, 해당 기사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난 것으로 지목한 날은, 11월 1일(화)과 12월 5일(월) 오후이다. 아마도 한국 시각 기준으로 적시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정규 수업 또는 퀴즈가 진행되는 시간대와 전혀 다르다. 즉 수요일과 금요일 새벽 4:20~5:35분과는 다른 시간대에 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DC 현지 시간으로 환원한다면, 퀴즈가 10월 31일 월요일과 12월 4일 일요일에 진행된 것을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 교수가 정해진 수업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을 사용하여, 그것도 휴일을 이용하여 퀴즈를 치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5일 오후경"?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른바 시험부정 행위가 이뤄졌다고 검찰이 지목하는 해당일에 실제 그런 행위가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 오후 몇시쯤 벌어졌다고 혐의를 두는지는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불분명하다. 그런데 공소장에 적힌 시간대가 한국 시간이라면, 서울과 워싱턴DC 사이의 14시간 시차를 적용하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벌어졌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워싱턴DC는 자정 전후한 시각이나 새벽 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온라인 시험을 자정 전후한 시간이나 새벽 시간에 치룬 것일까?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조 전장관 내외가 아들의 온라인 시험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그 온라인 시험 문제, 성격, 범죄 혐의 발생 시간 등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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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20-01-04 11:21:02
PSC2334
Dec 1st, 2016
Grade: A
This class should be called Intro to Political Science instead. If you want to relearn all the stuff you learned in high school civics then take this class. On the plus side it's super easy and he's an easy grader. 2 short papers, 2 super short news article reviews, biweekly online quizzes, open note online final

온라인퀴즈 외에도 오픈노트 온라인 시험이 있네요. 동일 시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