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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의 설교속 가짜뉴스 - 무슬림은 6명이나 낳는다는 오래된 가짜뉴스
[팩트체크] 독일이 곧 무슬림국가가 된다?
2019. 11. 23 by 김동문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설교가 갖는 비중이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설교권은 담임목사의 독점적인 때로는 치외법권 같은 권리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설교 시간이 대화나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경향으로, 설교자가 전달하는 정보나 주장이 일방적으로 청중에게 강제되기 쉽다. 그런 까닭에 설교자의 설교행위는 그 전달하는 내용에 대한 책임 또한 작지 않다.

필자는 때때로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직접 또는 방송이나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주하곤 한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하순, 몇 몇 설교자의 설교 속에서 이슬람에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여과없이 전달되는 것을 접했다. 그 가운데, A 교회 J 목사는 "불속으로 들어간 믿음"(2019.09.29)이라는 제목의 설교 속에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해당 설교 동영상 기준으로 21:33~22:20 사이이다.

지금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무슬림국가가 돼가고 있어요. 독일은, 이제 곧, 무슬림국가 다 됐다는 거에요. SBS 뉴스에서 나온 인터뷰를 제가 봤어요독일을, 그 원래 그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는, 이렇게  레퓨지(Refugee)로 온 많은 무슬림들이, 아내를, 두 명 세 명 네 명씩 두고, 자녀를 열 명 이상씩 낳는 거에요. 그러기를, 이미 오래 됐어요그래서 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는 게 뭐냐면, ‘이제 독일은 무슬림국가다는 시간문제라는 거에요. 그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고, 그들이 자기들의, 우상과 종교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다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유럽이 지금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는 (거에요.) 뭡니까? 법이에요. 법을 바꾸는 것이에요.

그런데 1분 정도 분량의 설교 속 이 주장은 전체적으로, 구체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전형적인 가짜뉴스이다. 이 짧은 가짜뉴스도 사실 확인을 하려면 말과 길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Pew Research Center

 

1.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무슬림국가가 돼가고 있다?

무슬림 국가 기준은 무엇일까? 어쨌거나 무슬림 인구가 과반수 이상은 되는 나라여야 하지 않을까? 유럽 지역에서 미국에서 한국에서 무슬림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총인구도 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인구 대비 무슬림 인구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퓨 연구소는 2016년 기준으로 유럽 전체 인구 중 무슬림 인구 비율을 4.6 퍼센트로 잡고 있다. 이것을 두고 유럽이, 독일이 무슬림국가가 되고 있다고 단정짓거나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Pew Research Center
ⓒPew Research Center

 

2. 독일은 이제 곧 무슬림국가가 다됐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무슬림 인구 비율이 얼마 정도가 되어야 무슬림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설교에서 이같은 주장을 인용한 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독일의 무슬림 인구는 얼마나 되고, 인구 비율은 얼마 정도가 될까? 독일의 종교별 인구는 가톨릭(29~29.9 퍼센트), 개신교(27~29.8 퍼센트), 정교회(1.3~1.9 퍼센트) 순이다. 무슬림 인구는 4.4 퍼센트에서 6.1 퍼센트 정도로 추산한다.

ⓒPew Research Center

독일은 330~500만명 정도로 유럽 국가 중 두번째로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갖고 있다. 2017년 퓨 연구소 추정치로 6.1 퍼센트이다. 개신교 인구의 1/5 정도 수준이다. 이런 상황인데, "이제 곧 무슬림국가가 다됐다"는 주장을 펼수 있는 것인가?

 

3. 무슬림은 아이를 많이 낳는다?

이제는, 이렇게  레퓨지(Refugee)로 온 많은 무슬림들이, 아내를, 두 명 세 명 네 명씩 두고, 자녀를 열 명 이상씩 낳는 거에요. 그러기를, 이미 오래 됐어요. - J 목사의 설교 내용중

그러나 이 주장은 오래 묵은 가짜 뉴스에 해당한다. 유럽국가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부일처제 국가이다. 또한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도 2명 이상의 아내를 둔 무슬림의 비율은 높지 않다. 이슬람 주요 국가의 출산율도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산율 추이(Index Mundi 갈무리)

독일의 경우는 어떠할까? 퓨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무슬림 여성의 출산율은 2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유럽 지역의 무슬림 출산율 2.6명보다 더 낮다. 그렇다면 난민으로 입국한 무슬림의 출산율은 일반 무슬림 이민자의 경우보다 더 높은 출산율을 보일까? 그렇지 않다. 무슬림 난민 출산율이 일반 이민자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근거는 없다.

ⓒPew Research Center

CIA의 World Factbook 등의 자료를 보면, 다산이나 저출산이 종교보다 지역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출산율이 높게 나오는 지역은 이른바 기독교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 중부지역이다.

CIA의 World Factbook 통계에 따른 세계 출산율 지도(2018) ⓒ위키페디아

 

4. 어디서 부터 시작된 주장일까?

이런 주장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학자는 물론 이슬람 선교 전문가로 알려진 이들도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아래의 칼럼 기사 중 "이슬람권에 있는 무슬림 여성들이 평균 6명의 아이를 낳는 데 비해, 유럽의 무슬림 여성들은 평균 3.5명을 낳는다"는 주장도, 위의 자료를 통해 비판할 수 있다.

반면에 무슬림은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습이 이슬람 인구의 증가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슬람권에 있는 무슬림 여성들이 평균 6명의 아이를 낳는 데 비해, 유럽의 무슬림 여성들은 평균 3.5명을 낳는다. 유럽 중 출산율이 제일 높은 프랑스가 1.9명이고, 낮게는 영국이 1.4명에 이르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에서의 이슬람 인구 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 크리스천투데이( 2015.06.12 )

퓨 연구소(2011)
퓨 연구소(2011)

40년전, 50년 전에는 평균 5, 6명의 아이를 낳는 높은 출산율을 보인 나라가 있다. 이슬람 국가의 특이 사항이 아니었다.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 다수 국가의 출산율도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에서의 이슬람 인구 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이슬람권에 있는 무슬림 여성들이 평균 6명의 아이를 낳는 데 비해, 유럽의 무슬림 여성들은 평균 3.5명을 낳는다."는 주장은 그런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모든 정보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그때, 그 상황에서는 맞았을지언정, 지금 이 상황에서는 틀릴 수도 있다.

이외에도 짧은 설교에 등장하는 이슬람 관련한 주장중, "SBS 뉴스에서 나온 인터뷰를 제가 봤어요." 라는 설교자의 말은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 언급이 있었는지, 그런 언급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누구인지? 그가 한 말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도 짚어볼 수 없었다. 근거없는 억측과 가짜뉴스가 이끄는 배제와 혐오가 만만치 않다. "과연 그러한가?" 확인하고서 전하는 설교자 또는 전달자의 수고와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한 것일까?" 되묻는 듣는 이의 애씀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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