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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채널A 보도를 퍼나르기한 듯
[팩트체크] 조 장관 딸이 "집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2019. 09. 30 by 김동문

정경심 교수(남편 조국 장관)가 30일(2019.09.30 08:16)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정경심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현재 일부 언론에는 제 딸아이가 서울대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관련하여 검찰에서 “집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라고 진술하였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턴 활동과 AP 시험 기간이 겹치므로 인턴을 했을리 없다”라고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1. 집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

그래서 관련 기사를 찾아 확인했다. 채널A,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매체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려있음을 확인했다. 최근 기사부터 몇 개 매체의 보도 내용을 정리했다.

 

조선일보(2019.09.30 03:00)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인턴 활동은 집에서, 동양대 봉사 활동은 어머니(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6일과 22일 두 차례 비공개 검찰 소환 조사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고3이던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에 대해선 "집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 등을 하며 인턴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 조선일보(2019.09.30 03:00) 

 

중앙일보(2019.09.30 01:02)

'허위 인턴'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딸 조모(28)씨가 인턴활동을 집에서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29일 채널A와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씨는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데 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느냐"는 검사 질문에 "서울대 인턴십은 집에서 재택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계자들 조사에서 조씨의 인턴 활동 기간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 중앙일보(2019.09.30 01:02)

 

조선일보(2019.09.29 20:20)

조국 법무장관 딸 조모(28)씨가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인턴’ 의혹에 대해 "서울대 인턴십은 집에서 재택으로, 동양대 인턴십은 어머니(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법조계와 조씨 측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6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데 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느냐"는 검사 물음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선일보(2019.09.29 20:20)

 

채널A(2019.09.29)

"집에서 인턴을 했다" 서울대 인턴을 실제 했냐는 의혹에 대해 조 법무장관 딸은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센터에서 왜 아무도 자신을 본적이 없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댄 겁니다. 이동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PC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증명서 석 장이 모두 위조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장관 딸과 함께 증명서를 받은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 조 장관의 친구인 박모 변호사의 아들은 "국제학술회의에 단 한 번 참석했을 뿐"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또 "인권법센터에서 조 씨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조 장관의 딸은 검찰이 이런 진술을 제시하면, "집에서 인턴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자료조사 등을 했다"는 취지입니다. 검찰은 조 씨의 서울대 인턴활동 기간이 미국 대학 진학에 활용되는 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 AP 시험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채널A(2019.09.29)

 

2. 인턴 활동과 AP 시험 기간이 겹치므로 인턴을 했을리 없다?

 

검찰은 조 씨의 서울대 인턴활동 기간이 미국 대학 진학에 활용되는 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 AP 시험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채널A(2019.09.29)

또 조씨가 고3때 서울대 인턴을 했다는 2009년 5월 초는 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AP) 시험 기간과 겹친다. 조씨는 고려대학교 입학 당시 AP 점수를 영어성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선일보(2019.09.29)

중앙일보(2019.09.28)

그런데 이 해당 인턴 기간은 AP(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 시험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도 AP 시험은 5월 4~15일이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으로 AP 성적이 좋을수록 미국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는 고려대학교 입학 당시 수리‧생물‧화학 과목의 AP 점수를 영어성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앙일보(2019.09.28)

인턴십 활동 기간과 AP 시험 시간이 겹쳤다는 보도 내용은 대체적으로 사실에 부합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질의를 통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조 양이 치룬 AP 과목은 수리·생물·화학·미시경제학 등이었다.

YTN뉴스

2009년도 AP시험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5월 첫째주와 둘째주 월~금 기간에 시험이 있었다. 이 일정 가운데 조국 장관의 딸 조 양이 치룬 과목은 5과목이다. 그 과목이 치뤄진 일정은 아래에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이 가운데 고려대학교 수시 1차 전형인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조 양이 제출한 AP 성적은 수리·생물·화학 세 과목으로 알려졌다. AP 시험은 벼락치기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조 양이 졸업한 한영외고 유학반 OSP(Overseas Study Program)의 경우, 외고의 다른 학생과 남다른 특징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지 않은 추론이다.

김씨는 또 "조 후보자의 딸은 유학반이었는데, 유학반의 경우 국내 내신 등급 뿐만 아니라 유학용 시험(SAT, AP 등)이나 대외활동 등에 힘을 써야해서 내신에 더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려대나 연세대 국제학부 등에 영어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려해도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고려됐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 머니투데이(2019.09.04)

한영외고 유학반 OSP(Overseas Study Program)는 2002년 2학기에 처음 개설돼 지난해 (*2004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모두 25명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3시 40분부터 9시 30분까지 수업한다. 수업시간은 일주일에 29시간에 이른다. 1·2학년은 SAT와 AP 시험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쌓는다. 유학에 필요한 모든 시험은 2학년 말 또는 3학년 초에 끝낸다. 3학년은 봉사활동과 직업체험, 대학진학에 필요한 다양한 준비를 한다. - 서울신문(2005-04-04)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김호창 업스터디 대표는 이미 한 주전에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아래와 같이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김호창 업스터디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어떤 입시 전문가가 인턴활동과 AP시험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절대로 인턴활동을 했을리 없다고 기사에 실렸던데, 제발 그 ‘입시전문가’좀 나타나주세요. 저 이글 쓰면 아마도 검찰 압수수색 들어올텐데도(요즘 검찰들이 조국과 관련되면 뭐든 압수수색이니) 실명으로 쓰고 있지 않습니까? 기본적인 생기부도 볼 줄 모르는 동네아저씨를 기자가 섭외한 것인지.. 그 기간에 유학반 학생들도 봉사활동도 많고, 체험활동도 많습니다. 그리고 생기부에는 시작 기간과 끝 기간을 적거든요. 그러니까 시작, 끝 한번씩 다녀와도 그렇게 적어도 됩니다 . 

 

3. 이 보도의 출처는?

보도 순서를 고려하면, 채널A,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순으로 관련 기사가 퍼진 것 같다. 채널A는 자신의 보도내용의 출처를 '검찰'로 추정하게 할 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같은 기사의 출처에 대해 조선일보(2019.09.30 03:00)는 법조계를, 중앙일보(2019.09.30 01:02)는 채널A와 조선일보를, 조선일보(2019.09.29 20:20)는 법조계와 조씨측을, 채널A는, 익명의 검찰은 출처로 삼고 있는 듯하다. 채널A는 "검찰은" 이라는 발언 주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발 주장에 대한 정경심 교수 측의 반론이나 이견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정경심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마치 언론이 검찰에서 어떤 내용을 확인하였다면서 저와 주변에 문의한 후 만약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여 보도하는 것을 멈춰주십시오. 제가 침묵한다고 언론 보도가 진실인 것은 아닙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일부 매체에서는 정경심 교수측에 사실 확인을 시도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경심 교수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기사에 반영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일보의 기사 자기복제 가능성이다. 다른 기자 이름으로 된 기명기사인데, 내용이 똑같은 부분(도표 안 붉은 색)이 아래와 같이 나온다.

채널A 보도 이후 추가적인 사실 확인없이 관련 주장이 퍼나르기 수준으로 기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단지 AP 시험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인턴십 과정이 거짓일 것이라는 채널A, 중앙일보, 조선일보 보도는, 한영외고 유학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화의 오류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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