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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기사도 사실로 굳어지면 왜곡이다
[팩트체크] 강준민 목사, 차로 6분 거리에 교회 개척?
2018. 11. 20 by 김동문
김동문
ⓒ김동문

한 교회를 사임한 목회자가, 사임한 교회에서 '(자동)차로 6분 거리에 있는 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이런 표현을 마주하는 독자는, 사임하고 교회를 개척했다는 한 목회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

저널리즘 글쓰기의 덕목으로 꼽는 것이 있다. 공정성, 사실성, 중립성, 균형성, 그리고 객관성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덕목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척 겉모양만 꾸민 균형을 잃은 기사들도 많다. 물로 지금은 아예 드러내놓고 객관성을 잃은 것을 물론이고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가짜뉴스를 버젓이 실어 나르는 매체도 많은 가짜뉴스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론을 앞세우고, 바른 언론, 개혁적인 언론을 떠올리고 추구하는 매체나 언론인, 글쓴이 가운데서도 객관성에 둔감한 글을 본다는 점이다. 글쓴이(또는 보도하는 이)가 자신의 숨은 의제(전제 또는 입장, 아젠다agenda)를 미리 설정해 놓고 객관적인 양 글을 꾸미는 경우이다. 자신의 말을 면담자의 입으로 드러내거나, 자신의 숨은 의도에 맞는 이른바 전문가의 입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거짓된 객관화이다.

 

1. 다시 읽는 기사

동양선교교회에서 새생명비전교회 ⓒ구글 지도 갈무리

강준민 목사가 교회를 '개척'했다. 동양선교교회를 사퇴한 지 일주일 만이다. 사퇴 직후부터 언왕설래했던 '개척설'이 사실이 됐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안 교회에 터를 잡고, 교회 이름을 '새생명비전교회'로 정했다.“ - 뉴스ㅇㅇㅇ2009.11.16

아주 오래 전 이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수 년 전에 다시 한 번 읽었다. 친절하고 자세한 기사였다. 그런데 눈에 띠는 표현이 있다. 그것은 차로 6분 거리라는 친절한 설명이다위의 구글지도에서 보듯이 ‘6분 거리라는 표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구글지도에서 예상하는 소요 시간은 일요일 오전 한산한 시간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의 이 친절한 설명은, 객관성을 잃게 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LA 다운타운의 현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글쓴이가 의도하였던 아니든 일정의 상상을 하게 한다. 바로 옆에 교회를 개척했다는 상상 또는 확신을 갖게 한다또한 한 번 올려진 기사는 누군가에게 다시 읽혀지며,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받는 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글쓴이의 의도와 무관한 것이다.

 

2. 정근하 교수의 논문 다시 읽기

국민일보(2017.10.11) 기사 갈무리

지난해 10월 중순, 우연찮게 아래와 같은 기사를 접했다.

한국 학계에서 한인 이민 사회와 교회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교회 분열을 통해 LA지역 한인사회가 확장된다는 주장이다. 논문 제목은 'LA 한인타운의 확장, 한인교회들의 분열을 중심으로'. 조선대학교 정근하 교수(종교사회학)가 지난 9월 발표했고 이 논문은 최근 유명 학술지(한국실천신학회)에까지 실렸다. - 장열, 미주중앙일보(2017.10.12)

기사에서 언급한 해당 논문의 LA 한인교계 상황에 대한 적절치 못한 평가와 주장도 불편했지만, 논문에서 교수가 인용한 한 기사에 담긴 내용에 대한 아쉬운 느낌도 작지 않았다정근하 교수가 쓴 논문은, KCI 등재지의 하나인, <신학과 실천>(Theology and Praxis) Vol. 56 (2017) 에 실려있다. 이 논문 703쪽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정 교수의 논문은 한인교회의 분열과 한인타운의 확장 혹은 한인사회의 확장과의 연관성을 밝히겠다는 글이다. 정교수는 (한인교회의) “이 분열을 통해 LA 한인타운과 한인사회가 팽창하고 있었다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민교회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볼 때 한인교회가 분열을 멈추지 않는 이상 LA 한인타운과 한인사회는 계속해서 팽창할 것이라 판단된다“(717) 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정 교수의 논문에서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이 <III. LA 한인교회의 분열과 한인사회의 확장>이다. 3장에서, 그의 논제에서 중요한 사례로 꼽은 것이 동양선교교회이다. 나성한인교회(1쪽 분량) 등이 언급되었지만, 동양선교교회(3쪽 분량)에 대한 소개가 그 분량에 있어서 두드러진다.

“1. 동양선교교회의 분열에서 정 교수는 이렇게 글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분열과 한인타운의 확장 혹은 한인사회의 확장과는 어떻게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그의 논지를 입증하는 자료로 동양선교교회 30년사와 두 꼭지의 뉴스앤조이 기사를 인용한다. 해당 기사를 별도의 해석이 없이 그대로 옮겼다. 출처를 각주에 달았을 뿐이다. 정 교수가 자신이 인용한 자료에 대한 사실 확인, 이견 등에 검토 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단순 인용한 것은 연구자로서의 불성실한 것으로 지적받아야 한다.

박광철 목사에 이어 강준민 목사가 4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것은 2001년이다. 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1900여 명에서 3900여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강목사 역시 부임한 지 4년 만에 분쟁에 휩싸였다. 강목사를 비롯한 당회원 일부가 당회 결의를 얻기 전에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려고 계약서에 서명했던 일로 당회 내부에서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촉발됐다23) - 정교수 논문 703

뉴스앤조이(
뉴스앤조이(2008.10.01)

박광철 목사에 이어 강준민 목사가 4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것은 2001년이다. 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1900여 명에서 3900여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강 목사 역시 부임한 지 4년 만에 분쟁에 휩싸였다. 강 목사를 비롯한 당회원 일부가 당회 결의를 얻기 전에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려고 계약서에 서명했던 일로 당회 내부에서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 뉴스앤조이(2008.10.01)

이 기사는 미주 뉴스앤조이(2008.09.25)에도 똑같이 실려있다. 정교수의 논문에 인용된 또 다른 기사는 아래와 같다. 뉴스앤조이 기사이다.

강준민목사가 교회를 '개척'했다. 동양선교교회를 사퇴한 지 일주일 만이다. 사퇴 직후부터 언왕설래했던 '개척설'이 사실이 됐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안 교회에 터를 잡고, 교회 이름을 '새생명비전교회'로 정했다. 1115일 열린 첫 주일예배 때는 800석 규모의 예배당이 예배 시작 전부터 교인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족히1,200명은 넘을 듯했다. 한 중직자는 2,000명으로 추산했다24) - 정교수 논문 703

뉴스앤조이 기사 갈무리
뉴스앤조이(2009.11.16) 기사 갈무리

이 기사의 출처는, 박지호(2009.11.16), “강준민 목사, 사퇴 일주일 만에 '교회 개척''교인들 방황해서 ''영혼 구원에 집중하겠다,'” 뉴스앤조이(17715일 검색였다. 미주 뉴스앤조이(2009.11.16)에도 실려있다.

"강준민 목사가 교회를 '개척'했다. 동양선교교회를 사퇴한 지 일주일 만이다. 사퇴 직후부터 언왕설래했던 '개척설'이 사실이 됐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안 교회에 터를 잡고, 교회 이름을 '새생명비전교회'로 정했다. 1115일 열린 첫 주일예배 때는 800석 규모의 예배당이 예배 시작 전부터 교인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족히 1,200명은 넘을 듯했다. 한 중직자는 2,000명으로 추산했다. " - 뉴스앤조이(2009.11.17)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라는 표현은, 아예 논문 본문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3차 분열은 2001년 제4대 당회장으로 강준민 목사가 2009116일 동양선교교회를 사임하고, 자동차로 6분 거리인 한인타운의 피코(Pico Blvd, LA, CA 90019)지역에 새생명비전교회를 개척하였다.” - 정교수 논문 704

위의 경우는 아예 출처 표시도 인용 표시도 하지 않았다. 정 교수의 논문에서 박지호 기자의 뉴스앤조이 기사는 동양선교교회 분열과 관련하여 중요한 논거로 활용된다. 정 교수의 인용 자료에 대한 검토 부족은 물론, 무덤덤하게 해당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은 부적절하다. .

 

3.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

정 교수의 논문에서 인용된 기사는 아주 오래 전에 접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7년 가을, 위 논문 덕분에 다시 기사를 마주했다. 그리고 최근 우연찮은 기회에 이 기사를 다시 읽었다. 여전히 차로 6분 거리라는 표현이 불편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런 표현이 사실을 왜곡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구글 지도에서 보듯이 6분 거리라는 표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김동문
ⓒ김동문

아래 구글 지도 이미지에 표시된 예상 소요 시간은 교통이 한산한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반영한 것이다. 논문에 인용된 해당 기사에서 '차로 6분 거리'라는 이 친절한 설명은, 교회 개척을 둘러싼 사실 이해에 있어서 객관성을 잃게 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인 개연성도 적지 않다. LA 다운타운의 현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글쓴이(기자)가 의도하였던 아니었든 어떤 상상을 하게 한다. 또한 강준민 목사가 사임한 교회 옆에 교회를 개척했다는 상상 또는 확신이 그 중 하나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차로 6분 거리'라는 표현은, '기사 작성 당시 구글맵에서 표기한 자동차 이동 예상 시간과 직접 차로 이동해보고 작성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점이 아쉽다. 그것은 거의 3킬로 넘는 그 거리를 오가면서 소요 시간만 봐야 했던 것인가 의아하기 때문이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새생명비전교회 까지는 얼마나? (구글 지도 갈무리)

기사에서 빠진 중요한 현지 정보가 있다. 그것은 LA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코리아타운과 그 주변의 한인교회 현황이다. 동양선교교회를 중심으로 주변 3, 4킬로 반경에는 300여 곳이나 되는 한인교회가 존재한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새생명비전교회로 가는 사이에도 200여 곳이나 되는 한인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그 남쪽 가장자리가 새생명비전교회 위치이다.

LA 한인교회 분포 현황. "LA 한인타운의 확장, 한인교회들의 분열을 중심으로", 706쪽. ⓒ정근하

뉴스앤조이 기사는 동양선교교회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안 교회를 언급하는 것 그 이상으로 동양선교교회에서 새새명비전교회 까지 이동하면서, 그 사이에 한인교회가 모두 몇 개나 되는지 짚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새생명비전교회가 자리한 피코 지역과 한인 밀집 지역인 코리아타운 사이에 여러 차원의 문화적 장벽이 있다는 것도 언급해야 했지 않았는가기사에 사용한 '차로 6분 거리'라는 표현은 강준민 목사의 교회 개척에 대한 공정성, 사실성, 중립성, 균형성, 그리고 객관성을 드러내는 데 필수적인 표현이었을까? 이런 식의 자기편의적 위험한 글 ​​​​​표현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것이다. 가치와 사실을 왜곡하는 단어 사용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보수 성향 매체의 말장난, 글장난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근하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분석하고, 주장하고자 했던 것이 강준민 목사의 지근 거리 개척의 문제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논지를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정 교수가 인용한 박지호 기자의 기사 속 표현인 차로 6분 거리라는 문구가 주는 뉘앙스에 주목한다. 차로 6분 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독자는 그 표현이 주는 여러 하부 의미들을 상상하게 된다. “차로 6분 거리라는 표현의 뉘앙스 뿐만 아니라, 그 표현 자체가 담고 있는 정보의 문제점과 함께, 동양선교교회와 새생명비전교회 사이의 한인교회 분포 현황 자체가 전혀 다른 정보들을 담고 있다.

정 교수의 논거 자료로 활용된 것에 있어서 박지호 기자가 작용한 것은 물론 없다. 박 기자가 강준민 목사의 개척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도 단정짓지 않는다. 그러나 박 기자의 입장이나 기사 문맥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박 기자의 의도가 어떠했든지 간에, 그의 표현 자체가 주는 뉘앙스는 그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부정적 상상으로 기사의 행간을 채우도록 빌미를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4. '6분 거리' 표현은 꼭 담겨있어야 하나?

김동문
ⓒ김동문

기사 글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일종의 판단을 담을 수는 있다. 그런 기사가 이제는 워낙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의 뉘앙스로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것, 심지어 그 표현이 담고 있는 정보가 부정확하기까지 하다면 그것은 분명 저널리즘의 도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뉴스앤조이(미주 뉴스앤조이 중복 게재) 해당 기사 속 표현 이 공정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다소 엉뚱한 기회에 다시 접하게 된 기사의 친절한 표현을 보며, 글쓰기의 신중함을 다시 떠올린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정보 소비자인 독자들은 과연 사실은 무엇인지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사 안에서 글쓴이의 말(그의 추론, 감정, 느낌, 의견)과 객관적인 사실을 구분하여야 한다. 미리 틀을 짜 놓고 그 속에 들어갈 내용을 채우거나, 어떤 전제를 갖고 그 전제에 부합하는 것만을 골라서 챙기려는 정보의 소비는, 크고 작은 거짓과 그릇된 확신을 퍼뜨릴 수 있다.

동양선교교회와 관련한 이미 잊힌 지난 이야기를 다시 들춰내는 것으로 인해, 불편한 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번 올린 기사는 누군가에게 다시 읽히며, 글쓴이의 의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받는 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소 엉뚱한 기회에 다시 접하게 된 한 기사의 친절한 표현을 보며, 글쓰기의 신중함을 다시 떠올린다. 그래서 생각한다. 뉴스앤조이(미주 뉴스앤조이 포함)는 오래 전의 이 기사에서 6분 거리라는 표현을 수정하면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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